헤어질 때마다 나를 욕하면 어쩌나 싶었습니다.

by 조아


저는 사람과 관계맺기가 어려웠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떻게 대해야 할지 매번 머리를 쥐어뜯었지요. 사람을 만날 때에는 눈치를 살폈고 작은 표정 하나에도 마음이 오르락 내리락 했습니다. 상대의 웃음이 멈추면 심장이 철렁했고, 인상이 굳으면 위축되었습니다. 내가 어떻게 보일까 걱정이 커 대화 중에도 불안했습니다. 말실수를 한 것 같으면 가슴을 치며 후회했습니다. 헤어지고 나면 그 사람의 등 뒤에서 눈길을 떼지 못했습니다. 내가 이상하다고, 이상한 사람이라고 말할 것만 같아서였습니다.


최근 그런 증상이 더 심해졌습니다. 사람과 대화할 때 더 많이 위축되었고 눈치를 더 많이 살폈습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릿속으로 수없이 점검하다 결국 말을 내뱉지 못하는 일도 생겼습니다. 겨우 쥐어짜낸 한 마디가 후회스러워 마음속으로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헤어지면 험담이 들리는 것만 같아 손이 덜덜 떨렸습니다. 사람 만나기 무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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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곳으로 이사왔기 때문이었습니다. 새로운 곳에서 두 가지 과제를 해내야 했습니다. 새로운 사람과 만나 친해져야 했습니다. 특히 둘째 아이의 유치원 엄마들과 매일 볼 사이라 다가가야 합니다. 동시에 과거 친했던 사람들과 거리가 멀어졌습니다. 그들과 인연이 끊어지지 않을 방법을 찾아야 했습니다. 새로운 사람과 친해지기, 그리고 과거 인연 유지하기 모두 저에게는 어려운 과제였습니다. 유치원 친구들 엄마들과 빨리 친해지고 싶었지만 생각만큼 빨리 가까워지지 않았습니다. 과거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돌렸습니다. 그들과의 마음의 거리가 멀어지지 않았다고 확인받고 싶었습니다. 마음과 달리 서로의 안부 질문 몇 개를 나눈 후 짧게 통화를 마무리 했습니다. 그들과 부쩍 멀어진 느낌이었습니다.


외로웠습니다. 서재방에 혼자 앉았습니다. 카톡을 확인했습니다. 새 메시지는 광고뿐이었습니다. 멍하니 전화기 주소록을 하나씩 확인해보다 화면을 닫았습니다. 가슴이 허전함이 커졌습니다. 무릎을 깊이 당겨 안아도 가슴이 채워지지 않았습니다.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세상이 깜깜해져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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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그 때였습니다. 아들이 부릅니다.


“엄마, 엄마, 엄마”

엄마를 연거푸 부르더니 곧 옆에서 조잘조잘 댑니다. 야구 이야기를 하다가, 놀았던 이야기를 하다가, 곧 수십번은 물어본 것 같은 수수께끼까지 내고 갑니다.


아들은 잘 웃습니다. 웃는 모습이 예쁩니다. 엄마인 나의 마음을 기가 막히게 압니다. 화가 나면 화나는 대로, 슬퍼하면 슬퍼하는 대로 바로 눈치챕니다. 그러면서도 항상 엄마 옆에 있으려고 합니다. 엄마를 하루에 100번도 넘게 부르지요. 이 말 저 말을 하다가 할 말이 떨어지면 시덥지 않은 수수께끼를 던지곤 합니다. 추장보다 높은 건? 고추장보다 더 높은 건? 어제도 그제도 질문한 똑같은 문제를 처음 내는 것처럼 말합니다.


항상 다가오기만 하니 존재의 소중함을 몰랐습니다. 귀찮다고 내치기 바빴습니다. 아들의 말을 들어주기보다는 잔소리부터 쏟아냈습니다. 준비물은 챙겼냐, 공부했냐, 물통 내놨냐 등등 말이지요. 다른 인연은 멀어질까 두려워하며서 가장 가까운 인연은 모른 체했습니다. 가족이었지요. 언제나 내 곁에 있을 사람들. 다른 사람들 모두 등을 돌려도 나를 챙겨줄 사람들.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가족에게 난 얼마나 정성을 다하고 있는가 반문하면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하는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고,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그 때 무슨 감정이었는지 물어보지 않고 넘어가는 날이 대부분입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려니 방심합니다. 남편은 내가 소홀하면 얼굴에 티가 납니다. 딸도 까탈을 부립니다. 그러나 아들은 티 내지 않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이 나를 바라보고 웃으며 먼저 말을 겁니다. 그런 아들을 더 안심하고 함부로 대했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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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든든해 졌습니다. 나에게는 언제나 함께할 가족이 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을 사귀지 못해도, 이전 도시에서의 인연이 끊어져도 괜찮습니다. 가족이 언제나 나의 중요한 관계들이 될 것이니깐요. 나를 바라보고 있는 가족들이 있다는 사실을 되새기니 외로움이 조금씩 사라집니다.


사람 관계에 대해 고민이 들때가 있습니다. 어린왕자에도 사람 관계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는 문구가 나옵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 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각각의 얼굴만큼 다양한 각양각생의 마음을 순간에도 수만가지의 생각이 떠오르는 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란다.” 「어린왕자」-생떽쥐베리 저- 중에서


그럴 때 가족을 다시 살펴보는 건 어떨까요? 평생 나와 가장 가까운 관계를 이을 사람들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나를 믿어줄 사람들입니다. 가장 나를 사랑해줄 사람들입니다. 가족만이라도 끈끈한 관계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사람 부자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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