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원: 엄마 다 씻었어요.
엄마: 그래, 밥 먹을 준비하자. 어제 리원이 보온병 학교 안 갖고 갔었지?
리원: 네. 없더라고요.
엄마: 엄마가 정신이 없다... 어제 안 내줬네. 암튼 이 물 먹으면 되겠다.
리원: 보온병 물이 아직도 따뜻하네요? 어제 담은 물인데 아직도 안식은 거예요?
엄마: 그러게 말이다. 좋은 거 샀더니 좀 다르네.
리원: 보온병은 어떻게 이렇게 뜨거운 물을 오랫동안 안 식게 해요?
엄마: 열이 나가는 것을 막아주니깐.
리원: 그러니깐 어떻게 막아 주냐고요...--;
엄마: 하하. 알았어. 먼저 열이 전달되는 3가지 방법을 알아야 해. 리원이 축구 좋아하지?
리원: 네. 물론이죠.
엄마: 축구할 때 공을 이동시키는 방법이 뭐가 있을까?
리원: 그야... 가까운 우리 편에게 패스하기도 하고, 제가 혼자 몰고 가기도 하고, 멀리 차기도 하고...
엄마: 맞아. 그런 방법들이 있지? 공을 열이라고 생각하면 열을 이동시키는 방법도 비슷해.
리원: 그래요? 어떻게요?
엄마: 첫 번째, 가까운 친구한테 공을 패스할 수 있지? 그것처럼 하나의 물체나 붙어 있는 물체 사이에서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열이 전달되는 방식이 있어.
리원: 예를 들면요?
엄마: 뜨거운 찌개에 숟가락을 넣어 놓으면 숟가락이 어떻게 되지?
리원: 곧 뜨거워지겠죠?
엄마: 맞아. 뜨거운 찌개에 있는 열이 숟가락으로 전달되고, 숟가락 안에서도 점점 손잡이 부근으로 이동하지. 그런 것을 ‘전도’라고 해.
리원: 아, 그렇군요.
엄마: 두 번째, 리원이가 혼자 공을 몰고 갈 수도 있지? 이렇게 물체가 직접 열을 갖고 이동할 수도 있어.
리원: 그래요?
엄마: 응. 우리 주전자에서 물을 끓일 때 불은 아래쪽에만 있지? 그런데 왜 주전자 안의 물 전체가 다 끓을까?
리원: 그러네요?
엄마: 아래쪽의 물이 불을 받아 데워지면 그 물은 가벼워져서 위로 올라가. 그러면 주변의 차가운 물이 그곳으로 다시 들어와서 데워지지.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서 주전자 안의 물 전체가 다 데워지게 돼. 이렇게 액체나 기체가 직접 이동하여 열이 전달되는 것을 ‘대류’라고 해.
리원: 네. 급식할 때 반 모든 애들이 급식받아 가는 것하고 같군요.
엄마: 오~ 좋은 비유야. 그리고 마지막 남은 방법이 뭐지?
리원: 공을 멀리 뻥~ 차는 거지요.
엄마: 그래. 세 번째, 아까처럼 패스도 안 하고 직접 몰고 가지도 않지만 바로 멀리 공을 이동시키는 것처럼, 열을 멀리 떨어진 곳으로 바로 전달하는 방법도 있어.
리원: 오~. 그런 것도 가능해요?
엄마: 그럼. 우리가 난로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도 따뜻함을 느끼지?
리원: 네, 맞아요.
엄마: 그렇게 열이 멀리 떨어진 물체로 전달되는 것을 ‘복사’라고 해.
리원: 복사요?
엄마: 응. 온도가 높은 물체에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빛 하고 전파 같은 전자기파라는 것이 나오거든. 복사는 그런 전자기파가 다른 물체로 전달되면서 열이 이동하는 거야.
리원: 복사는 좀 어려운데요?
엄마: 그렇지? 조만간 더 자세히 얘기해줄 기회가 있겠지. 이렇게 열이 전달되는 방법은 3가지가 있어. 자, 그럼 여기서 질문. 보온병처럼 보온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리원: 아하~. 열이 전달되는 것을 막으면 되겠군요. 즉, 전도, 대류, 복사를 못 하게 하면 되는 건가요?
엄마: 그렇지! 우리 리원이 정말 똑똑하다!
리원: 그럼 어떻게 막아요?
엄마: 냄비는 쇠로 되어 있지만 손잡이는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는 것 본 적 있니? 어디가 덜 뜨거워?
리원: 네. 당연히 플라스틱으로 된 손잡이가 덜 뜨겁죠.
엄마: 그렇지? 물체에 따라 열을 전도하는 속도가 달라. 쇠는 금방 뜨거워지지만 플라스틱은 그렇지 않거든. 그래서 전도를 막으려고 보온병은 플라스틱이나 유리처럼 열을 잘 전도하지 않는 물질로 만들어져 있어.
리원: 아하~.
엄마: 그리고 보온병은 병이 이중으로 되어 있어. 즉, 우리가 보는 보온병 안에 병이 하나 더 있는 거야. 그리고 그 병 사이는 진공으로 되어 있지.
리원: 오~. 왜 그렇게 만들어요?
엄마: 아무리 플라스틱이나 유리라도 열을 조금씩은 전달하게 돼. 그래서 병이 하나밖에 없으면 밖으로 열이 빠져나가겠지? 그것을 막으려고 병을 하나 더 만들고 그 사이에 공기를 빼버리는 거야. 즉, 대류를 못하게 하는 거지.
리원: 그럼 이제 남은 건 복사네요? 공기를 빼면 복사도 막아지나요?
엄마: 복사는 아까 말한 것처럼 전자기파여서 공기가 없어도 이동하니까 그렇게는 막을 수 없어. 대신에 전자기파는 빛 같아서 거울에 반사되거든? 그래서 보온병 안쪽과 바깥쪽에 은도금을 해서 거울처럼 만들면 전자기파가 밖으로 나가거나 들어오지 못하겠지.
리원: 오... 정말 신기한데요. 그래도 뚜껑 쪽으로도 열이 새지 않아요?
엄마: 좋은 질문이야. 그래서 뚜껑을 열전도율이 낮은 플라스틱과 고무로, 틈이 없도록 만들어. 그것도 모자라서 속뚜껑과 겉뚜껑으로 이중으로 하고.
리원: 와... 저는 엄마도 보온병처럼 되셨으면 좋겠어요.
엄마: 왜?
리원: 그래야 엄마가 열 받으셔도 아빠한테 화를 덜 내시겠죠.
엄마: 그야 아빠가 뚜껑 열리게 하니깐...
리원: 그러니깐 보온병처럼 이중 뚜껑이 필요하다니까요.
엄마: ...
열에너지는 전도, 대류와 복사의 3가지 방법으로 전달된다.
1) 전도(傳導, conduction)
전도란 물질이 직접 이동하지 않고 이웃한 분자들 간의 연속적인 충돌로 열에너지가 많은 입자에서 열에너지가 적은 입자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고체, 액체, 기체 모두에서 발생하나 액체와 기체는 상대적으로 분자 간 거리가 멀어서 고체에 비해 전도에 의한 열전달이 적다.
전도의 예는 뜨거운 국에 넣어둔 숟가락이 점점 뜨거워지는 현상 등이 있다.
2) 대류(對流, convection)
대류는 액체나 기체 상태의 분자가 직접 이동하면서 열을 전달하는 현상을 말한다. 엄밀히 말하면 대류는 전도와 유체(액체와 기체)의 이동에 의한 복합 현상이다.
대류의 예는 보일러를 켜면 방 전체가 따뜻해지는 현상, 주전자 아래쪽을 가열하면 주전자 내 전체 물이 데워지는 현상 등이 있다.
3) 복사(輻射, radiation)
복사란 열이 물질의 도움 없이 직접 전달되는 현상을 말한다. 보다 전문적으로는 물질에서 방출되는 전자기파 또는 광자에 의한 열에너지의 전달이다. 따라서 고체, 액체, 기체 같은 매개 물질과 관련 없이 이루어진다.
복사의 예는 햇볕을 쬐면 따뜻해지는 것,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데우는 것 등이 있다.
4) 전도, 대류, 복사의 비교
사람을 분자, 공을 열이라고 생각하면 <그림>과 같이 전도, 대류, 복사를 비교할 수 있다.
보온병은 외부의 열을 차단하여 음료를 장시간 보온 또는 보랭하는 용기로 1892년 영국의 화학자 제임스 듀어에 의해 ‘듀어병’이 처음으로 발명되면서 사용되기 시작했다. 보온병의 ‘온’ 자 때문에 뜨거운 열을 유지하는 것으로만 생각하기 쉬우나 차가운 것을 유지하는 보랭 기능도 함께 한다.
보온병은 열의 전도·대류·복사를 막기 위해 다양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전도를 막기 위해 열전도율이 낮은 유리, 플라스틱 같은 물질로 병을 제작한다. 그리고 병을 이중으로 구성하여 안쪽 병과 바깥쪽 병을 최대한 접촉시키지 않도록 한다. 내용물을 넣고 뺄 수 있는 입구를 막은 마개 역시도 열전도율이 낮은 고무로 만들어진다.
또한, 두 유리병 사이의 공기에 의한 대류를 막기 위해 안쪽과 바깥쪽 사이를 진공으로 만든다. 보온병을 ‘진공병(Vacuum Flask)’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완벽한 진공 상태를 유지하기는 어렵지만, 진공의 정도에 따라 보온병의 성능이 좌우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이미 살펴본 바와 같이 진공 상태에서도 열이 전달되는 데 바로 복사 때문이다. 이는 전자기파나 광자에 의한 것이므로 이를 막는 방법은 거울처럼 반사시키는 것이다. 따라서 유리병 내벽과 외벽에는 은도금이 되어 있어 전자기파를 내부로 되돌려 보내고 밖에서 들어오지 못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