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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맨 May 16. 2019

엄마, 전자레인지는 어떻게 음식을 데워요?

엄마: 리원아, 저 찌개 좀 전자레인지에 데워줄래?

리원: 네. 얼마 동안이요?

엄마: 한 2분이면 될 거야.

리원: 그런데 엄마, 전자레인지에 음식을 넣으면 왜 따뜻해져요?

엄마: 리원이 더운 날이라도 가만있으면 아주 덥지는 않지? 그런데 추운 날이라도 뛰면 어때?

리원: 덥고 땀나요.

엄마: 그렇지? 그리고, 리원이 민석이랑 놀면 어때?

리원: 민석이랑은 너무 잘 맞아서 같이 놀면 너무 재밌어요.

엄마: 그래서 리원이는 민석이랑 만나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놀지? 그래서 더워지지?

리원: 네, 맞아요.

엄마: 바로 그거야.

리원: 네?

엄마: 우리가 전자레인지를 돌리면 ‘마이크로파’라는 전자기파가 나오거든. 그런데 이 마이크로파는 좀 묘해서 물 하고 너무 친해. 

리원: 저랑 민석이처럼요?

엄마: 그렇지. 모든 음식물에는 수분이 있는데 이 물 분자가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를 만나면 아주 심하게 요동을 치거든. 그렇게 음식물의 수분이 들떠 움직이니 음식이 데워지는 거야. 마치 리원이가 민석이와 만나서 뛰어놀면 더워지듯이.

리원: 와~ 신기하네요.

엄마: 하나 더 물어볼까? 우리 햇볕이 있으면 따뜻하지? 왜 그럴까?

리원: 그거야 해가 굉장히 뜨거운데, 우리 지구가 멀리 있으니 적당하게 따뜻해지는 거 아니에요?

엄마: 그렇게 생각하기 쉬운데, 열이 전달되려면 금속 같은 고체나 공기 같은 액체가 있어서 전도나 대류로 열을 전달해줘야 해. 그런데 태양과 지구 사이에는 뭐가 있을까? 공기가 있나?

리원: 아니요. 우주는 진공으로 알고 있는데요.

엄마: 그렇지? 그렇다면 어떻게 해의 열이 지구로 전해지는 걸까?

리원: 아~ 그러네요? 그럼 이게 설마...

엄마: 그렇지. ‘복사’야. 언젠가 복사를 자세히 설명할 기회가 있을 거라고 했는데 이렇게 빨리 오다니...

리원: 그렇군요. 인생은 참 우연찮게 흘러가는 것 같아요.

엄마: ... 암튼, 해처럼 고온의 물체에서는 전자레인지처럼 전자기파가 나와. 햇빛도 일종의 전자기파이고. 그 전자기파는 공기가 없는 곳에서도 이동을 하거든. 

리원: 아하~.

엄마: 태양에서 나온 전자기파가 그렇게 이동해서 지구의 공기와 물을 만나면 어떻게 된다고 그랬지?

리원: 둘은 친하니깐 만나서 함께 움직여서 결국 더워지겠죠?

엄마: 맞아. 그것이 바로 공기하고 물의 분자가 태양의 전자기파를 받아서 데워지는 원리야. 그걸 ‘복사(radiation)’라고 하는 거지. 전자레인지하고 같은 원리야.

리원: 아, 그렇군요. 이제 복사가 이해가 되었어요. 

엄마: 참, 찌개가 어디 갔지?

리원: ... 전자레인지에 데우라고 하셔 놓고서는...

엄마: 그러게... 내 정신 좀 봐라. 참, 고기도 내놓고서는 깜빡했네. 고기 구워야지.

[보다 자세한 설명]

1. 전자레인지의 기원     


전자레인지의 발명은 정말 의외의 곳에서 시작되었다. 1945년 미국에서 레이더 생산을 주로 하던 군수기업 레이시온은 제2차 세계대전 중 골칫덩이였던 독일 잠수함 탐지를 위한 레이더를 개발 중이었다. 연구원 퍼시 스펜서(Percy L. Spencer)는 그 핵심부품인 마그네트론(자기장 속에서 극초단파를 내는 특수 진공관)에 관한 연구를 진행 중이었다. 그다지 원하는 성과가 나오지 않아 실험을 계속하던 중 그는 주머니에 넣어둔 초콜릿 바가 전부 녹아있는 것을 발견했다. 스펜서는 그 원인이 마그네트론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여 옥수수, 계란 등 몇 가지 음식 재료들을 실험한 결과 음식물이 데워지는 현상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이후 마그네트론에서 방출되는 마이크로파를 수분에 쏘이면 수분의 온도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발견하였고, 이를 토대로 마그네트론을 통하여 음식물을 데우는 기술에 관한 특허를 출원하였다. 스펜서가 근무하던 레이시온은 이 특허를 사들여 1947년 전자레인지를 시장에 출시하게 되었다. 외국에서는 전자레인지라는 용어를 쓰지 않고 마이크로파 오븐(microwave oven)이라고 한다.         

<그림> 1947년 레이시온에서 출시한 세계 최초의 전자레인지

   

2. 전자레인지 앞에 있으면 전자파가 나오는가?     


전자레인지 앞에 있으면 몸에 해로운 전자파(전자기파)가 나온다고 생각하여 동작 중에는 그 근처를 피하곤 한다. 그러나 전자레인지에서 사용하는 전자기파인 마이크로파는 주파수 대역이 적외선보다 낮아서 방사선과 같이 인체의 DNA를 파괴하는 등의 전리현상은 절대 일으키지 못한다. 즉, 크게 해롭지는 않다. 다만, 사람의 조직도 마이크로파에 노출되면 조직 안의 수분이 반응하여 열이 발생하므로 열손상의 위험이 있다. 눈이나 고환같이 온도에 민감하나 조절 능력이 부족한 조직은 더 높은 위험이 있다. 다행히도 마이크로파는 파장이 수 cm에서 1m 정도이며 금속을 투과하지는 못한다. 그래서 전자레인지 전면 뚜껑에는 마이크로파 파장보다 작은 1cm 이하의 작은 구멍이 나 있는 얇은 철판이 부착되어 있다. 이것 때문에 전자레인지의 마이크로파는 사실 전자레인지 밖으로 거의 투과되지 못한다. 그래서 문이 닫혀 있다면 안심해도 된다. 다만, 오래되어 뚜껑과 본체가 덜 차폐되어 있다면 점검하여야 한다.         


3. 응용: 높은 산은 왜 추울까?     

히말라야 같은 높은 산에 올라가면 왜 추울까? 지표면보다 태양에 가까우니 더 따뜻해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그렇지 않고 추운 이유가 바로 ‘복사’에 있다. 태양의 전자기파가 지구의 공기 분자와 충돌하여 공기분자를 움직이게 함으로써 열이 전달되는데 높은 산에서는 공기가 희박하다. 지표에서 멀어질수록 지구가 공기를 끌어당기는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공기가 희박하니 태양으로부터의 전자기파가 공기 분자와 충돌하는 것이 줄어들어 열이 덜 발생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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