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덕션과 전자기 유도현상
리원: 고기는 조금 덜 익었을 때 먹어야 맛있는 것 같아요.
엄마: 이야~. 리원이가 벌써 고기 맛을 아네? 아이쿠, 왜 이렇게 만날 흘리지? 휴지 좀 줄래?
리원: 여기요. 조심하세요. 전기레인지 뜨거워요.
엄마: 아냐. 이건 안 뜨거워.
리원: 잉? 진짜네? 이 전기레인지는 이렇게 고기를 굽는데 왜 안 뜨거워요?
엄마: 하하, 신기하지? 이건 판은 안 뜨거워지고 냄비에만 열이 나도록 유도하는 레인지라서 그래.
리원: 음... 엄마하고 아빠하고 싸우실 때 엄마는 화 안 내고 아빠만 화나게 하는 것 같은 건가요?
엄마: ... 적절한 비유이긴 한데... 왜 엄마가 별로 기분이 안 좋지?
리원: 그건 제가 유도했기 때문이지요. 흐흐.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엄마: 예를 들어보자. 엄마가 리원이한테 장난감을 사줬다. 어떻게 할 거야?
리원: 사주기나 하시지...
엄마: 예를 든다고 했지. --+
리원: 그러면... 아마 백 퍼 민석이한테 갖고 가서 자랑하겠죠?ㅎㅎ.
엄마: 그럼 민석이는 어떻게 할까?
리원: 자기 엄마를 졸라서 결국 장난감을 얻어낼 것 같은데...
엄마: 그게 유도현상이야.
리원: 음... 네?
엄마: 이 레인지 판 아래에는 전기 코일이 감겨 있어. 그 코일에 전기를 흘려보내면 레인지 판 주변에 자기장이라는 자석의 힘이 생겨. 마치 엄마가 리원이 장난감 사주면 리원이가 주변에 자랑질하는 것처럼.
리원: 그러면 어떻게 돼요?
엄마: 자랑을 들은 민석이가 장난감을 사는 것처럼 레인지 판 위에 놓인 이 냄비에 자석의 힘이 미쳐서 신기하게도 냄비 바닥에 전기가 생겨서 흐르게 돼. 전기가 유도된 거지.
리원: 오... 그래요?
엄마: 바닥에 전기가 흐르면 마치 전기장판처럼 뜨거워지거든. 그러면 그 열로 이렇게 음식을 데우는 거야.
리원: 그래서 냄비만 뜨겁고, 이 레인지 위판은 안 뜨거운 거예요?
엄마: 그렇지. 그런데 전기레인지라고 다 이런 거는 아니야.
리원: 그래요?
엄마: 응. 레인지 자체가 전기장판처럼 뜨거워져서 음식을 데우는 방식이 있어. 즉, 레인지에 열선이 있어서 전기가 흐르면 레인지의 판이 뜨거워지고, 그 열로 냄비를 데워서 음식을 익히는 방식도 있지.
리원: 그러면 그건 판이 뜨거워지겠네요?
엄마: 그렇지.
리원: 그럼 아까 첫 번째 방식이 더 좋은 거네요?
엄마: 장점이 많아. 직접적으로 열을 내는 것이 아니다 보니 전기를 적게 쓰고, 판이 안 뜨거워지니 리원이가 다칠 염려도 적고...
리원: 그런데 왜 두 번째 방식을 써요?
엄마: 첫 번째 방식은 아무 냄비나 쓸 수가 없어. 냄비가 강한 자석이 될 수 있어야 해. 그래서 우리가 흔히 쓰는 뚝배기나 유리용기는 쓸 수가 없지. 또 하나, 인체에 유해한 전자파가 많이 나오게 돼.
리원: 그렇군요. 그럼 두 번째 방식은 아무 그릇이나 다 돼요?
엄마: 응. 지금 주방에 있는 모든 그릇을 다 데울 수가 있지. 그러나 판도 뜨거우니 화상이나 화재의 위험이 있고, 또 전기를 많이 먹어.
리원: 세상에 다 좋은 건 없네요.
엄마: 그러게 말이다.
리원: 그러니 엄마도 아빠한테 너무 뭐라 하지 마세요. 아빠도 다 장점이 있고, 단점도 있어요.
엄마:... 김치가 없네? 김치나 꺼내야 되겠다.
전기레인지는 크게 직접가열방식과 유도가열방식(인덕션)으로 나뉜다.
- 직접가열방식
상판 자체를 가열하는 방식이다. 핫플레이트 방식, 하이라이트 방식이 있으나 발열체와 상판의 차이가 있을 뿐 발열체에 의해 발생한 열을 직접적으로 전도하여 그릇을 가열하는 방식이다.
- 유도가열방식
상판 아래의 코일에 흐르는 자력선으로 자기장을 생성하고, 상판과 붙어있는 그릇에 유도전류를 흐르게 하여 그릇을 가열하는 방식이다. 전자기 '유도'의 영문을 따서 인덕션(induction) 방식이라고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