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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맨 May 05. 2019

"사이클로이드" - 내공의 힘

축적의 시간이 만들어 내는 '길지만 가장 빠름'

사이클로이드(cycloid)에 대해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사이클로이드는 원이 직선 위에서 회전할 때, 원 위의 한 점이 이루는 자취로 정의됩니다. 야광 스티커를 붙인 자전거 바퀴를 보신 적 있으시다면 이 궤적이 이해가 되실 것 같네요.

사이클로이드 곡선(출처: 나무위키)

물론 이 곡선의 자취를 수학적으로 풀면, 그 x와 y좌표는 삼각함수가 사용되어 

(x, y) = (a(t-sin[t]), a(1-cos[t]) (a는 원의 반지름, t는 시간)로 나타납니다. 어렵군요...


여기서 퀴즈 하나 드립니다. 매가 하늘을 맴돌다 땅 위의 사냥감을 발견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A, B, C 중 어떤 경로로 이동할까요?

A처럼 하늘에서 먹이를 좇다가 (굳이 먼 길로) 내려갈까요,

B처럼 최단거리로 이동할까요,

C처럼 먼저 아래로 내려가서 (역시 먼 길로) 갈까요?


...


정답은 당연히 최단거리인 B!!! 가 아니고,,, C입니다. 굳이 먼 경로로, 아래로 먼저 내려갑니다. 왜일까요?


먹이 사냥에서 가장 중요한 건? 그렇죠. 스피드! 

C가 비록 거리는 길어 보이지만 다른 경로보다 훨씬 빠르게, 그것도 최단경로인 B보다 빠르게 목표지점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왜일까요? 

한번 셋을 출발시켜보지요.

분명 A나 B로 출발한 매는 C처럼 아래로 내려갔을 때보다 처음에는 훨씬 사냥감에 가까이 가고 있군요.

C로 내려간 매는 처음에는 분명 사냥감에 가깝지 않았지만 하늘에서 땅까지 내리꽂는 동안 하늘 높이에서의 위치에너지를 모두 운동에너지로 바꾸어 쫓아갑니다. 엄청난 가속도네요. 

결국 C로 내려간 매는 엄청난 속도로 A는 말할 것도 없고 B로 간 매보다 사냥감에 빨리 도착하고야 마는군요.


네. 혹시 눈치채셨나요? 

저 매가 이동한 경로 C가 사이클로이드입니다. 사이클로이드 곡선으로 하강을 하면 중력에 의한 가속도를 활용해서 저렇게 최단시간에 하강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이클로이드를 '최단강하곡선'이라고도 합니다. 저는 대학을 가서야 사이클로이드를 알게 되었는데, 매가 저보다 낫네요...ㅠㅠ


뿐만 아닙니다. 우리 전통 한옥의 기와를 보면 단순히 45도 각도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이클로이드 형태의 곡선을 띠고 있습니다. 선조들은 한옥에 빗물이 오래 고여 있는 것을 막기 위해 기와를 사이클로이드 형태로 만든 것이지요. 17세기 들어 사이클로이드를 연구했던 베르누이 못지않은 대단한 혜안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앞서 매의 사냥으로 다시 한번 돌아가 보지요.

A경로나 B경로로 진행한 매는 분명 처음에는 C보다 앞서 있습니다. 각각의 x좌표를 살펴보면 말이지요.

그러나 결과는요? 분명 느리다고 생각했던 C가 하늘에서의 위치에너지를 엄청난 가속도로 승화시켜 결국 누구보다 먼저 목표에 도달합니다. 

C로 진행하던 매가 다른 경로에 비해 진척이 없어 보이던 구간-하늘에서부터 땅까지 내려온 시간-이 바로

 축적의 시간

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바로 소위 "내공"을 쌓는 시간인 것이지요.

축적의 시간

그러한 "내공"을 쌓은 후 매는 비록 길어 보이지만 누구보다 빨리 목표에 다다릅니다.


우리 인생도 그런 것 같습니다. 연예인 L 씨는 20대 초반 승승장구하며 톱 연예인의 반열에 오릅니다. 반면 동기인 연예인 Y 씨는 20대 초반 개그맨 시험에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두각을 내지 못하고, 어쩌다 잡은 리포터 기회도 버벅거리는 말솜씨로 놓칩니다. 밤무대를 전전했으나 그마저도 실력 발휘를 못해서 사장들에게 쫓겨나고 심지어는 얻어맞기까지 했다고 털어놓습니다. 그 시절을 회상한 노래도 나왔지요. "내일 뭐하지... 내일 뭐하지..." 그렇게 10여 년을 보낸 Y 씨는 그동안의 아픔으로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성품을 쌓고, 그 내공을 바탕으로 <해피투게더>, <무한도전>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지금까지 최고의 MC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유재석 씨 이야기이지요. 또 다른 연예인 K 씨는 20살이 넘어 운동을 그만두고 방송계로 들어옵니다. 몇몇 개그 프로그램에 들어왔습니다만 크게 역할을 하지 못하지요. 남들이 기피하던, 전국을 돌며 대학생들의 장기자랑을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맡아 야전 MC로 10년여 시간을 보냅니다. 그렇게 쌓은 내공은 결국 <연애편지>, <1박 2일>, <스타킹> 같은 프로그램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빛을 발하며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합니다. 강호동 씨입니다.


반면 L 씨는 그 후에도 여러 기회를 맞이합니다만 과거와 같은 큰 성공을 재현하지 못하고 답보상태로 이후 세월을 보냅니다. L 씨뿐일까요. 젊은 나이에 내공을 쌓기 전에 내공에 비해 큰 성공을 거둔 연예인들이 사업을 한다고 벌이다 망하고, 이성에 취해서 인기를 잃고, 심하게는 마약에 빠져서 삶을 망치는 경우를 최근 너무 많이 보고 있습니다.


최단거리로 가는 것이 빠른 것처럼 보입니다. 분명 다른 이는 저렇게 잘되고 있는데 나는 뭔가... 하며 자존감을 잃거나 좌절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을 허송세월 하지 않고 본인의 내공을 쌓는 축적의 시간으로 만든다면, 그 쌓인 내공은 분명 엄청난 힘을 발휘하여 원하는 목표에 다다르도록 이끌 것입니다. 

사이클로이드에서 배우는 축적의 시간, 그리고 '길지만 가장 빠른' 길입니다.


by Do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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