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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맨 Jun 02. 2019

'피로 파괴'-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피로 파괴'가 가르쳐주는 1만 시간의 법칙-반복의 힘

즐겁고 행복한 하루하루 되고 계신가요? 

아무리 행복한 일상이라 하더라도 가끔은 몸과 마음이 피로해지는 경우가 있는데...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지만 피로 해소 잘하시기 바랍니다...


그런데, 공학에서도 '피로(fatigue)'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어떤 재료가 적당한 크기의 하중을 반복적으로 받게 되면 그 강도가 약해지는 현상입니다. 여기서 적당한 크기라는 것은 최소한의 크기 이상(내구 한도)이자 한 번에 파괴가 일어나는 크기(항복 강도(yield strength)) 이하의 하중을 의미합니다. 처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고 심지어 수십 년이 지나도록 아무 이상이 없다가... 어떤 반복 횟수에서 재료가 갑자기 파괴되는데 그것을 '피로 파괴(fatigue fracture)'라고 합니다. 


아마 일상에서 피로파괴의 가장 흔한 예가 철사 끊기 일 겁니다. 단단한 철사를 끊으려면 보통 도구(펜치, '자름 집게'라는 우리말이 더 좋아 보입니다만...^^)를 사용합니다. 그러나 다른 방법이 있는데 바로 철사를 구부리는 거지요. 물론 한번 구부리면 아무 변화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를 반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뚝~하고 철사가 부러집니다. 처음에 그렇게 단단해 보이던, 철로 만든 재료가 갑자기 끊어져 버리는 것이지요. 참 신기합니다.


사실 피로파괴는 기계공학, 재료공학에서 정말 매우 많이, 어떻게 하더라도 피하고 싶은 현상입니다. 이러한 피로파괴가 알려지기 이전에-아니 사실은 그 이후에도- 철도의 바퀴가 지속적인 하중을 받아 갑자기 부러진다던가, 비행기 동체가 하늘과 땅의 압력 차이에 의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다가 갑자기 동체가 끊어진다거나 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많이 발생하여 왔습니다...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사건, 성수대교 사건도 피로파괴의 일종입니다. 자동차가 다리 위를 지나가면서 발생하는 약간의 진동이 모여 결국 다리를 끊어버린 것이지요. 분명 큰 힘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는데, 그 정도 힘은 충분히 견디도록 설계가 되어 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파괴가 일어나거든요... 더구나 철사가 갑자기 끊어지듯이 피로파괴에 의한 파괴는 눈으로 균열을 확인하고 대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갑자기 일어나 버립니다(물론 내부에서 균열이 시작되기는 합니다. 그러니 겉에서는 확인할 수가 없어서 비파괴검사를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모두 확인이 되지도 않는... 어렵습니다)...

성수대교 붕괴사건 (1993)


그래서 수많은 과학기술자들이 노력을 한 끝에 그 원인이 피로에 있다는 것을 밝혀내고, 일정한 이상의 하중(fatigue limit, 내구 한도)을 몇 번 주었을 때 파괴가 일어나는지 S(tress)-N(umber) 곡선 등도 만들고, 피로파괴역학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신소재나 합금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피로파괴를 피하기 위해서이지요.


피로파괴가 이렇게 공학적 관점에서는 말썽꾸러기입니다만... 그런데 좀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면 어떨까요?

그렇게 튼튼하게 만들어진 큰 다리가, 비행기가, 작디작은 힘의 반복에 의해 무너질 거라고 과연 누가 생각할 수 있었을까요? 

어쩌면 이 현상은 우리에게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노력을 지속하면 도저히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이룰 수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철사를 끊기 위해서 열 번의 반복이 필요한데 한번, 두 번, 세 번, 네 번 구부렸다 펴보고 '안되는구나'라고 모든 사람들이 포기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천재적 농구스타 마이클 조던은 “내가 던진 슛 가운데 그물을 흔든 것보다 실패한 것이 더 많았다”라고 고백(?)했습니다. 한때 미국 메이저리그 최다 도루 기록 보유자였던 루 브록은 도루를 시도하다 아웃당한 최다 기록 보유자 이기도 합니다.


에디슨이 전구의 필라멘트를 만들기 위해 수천 번의 실패를 거듭했다는 사연은 너무나 유명합니다. 1879년 11월 4일 미국 특허청에 제출되어 이듬해 승인된 에디슨의 특허 신청서에는 필라멘트를 만들어내기 위해 수많은 재료를 바꾸어 실험했던 내용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탄화 작용에 집중했다. 면 실, 리넨 실, 나무 조각, 종이 등을 다양한 방식으로 꼬아보았지만 램프는 어두웠다. 흑연과 탄소 소재를 여러 형상으로 타르와 섞은 후 다양한 길이와 두께의 선으로 꼬아보기도 했다.” 연구원들의 구레나룻과 수염까지 실험을 했던 에디슨은 우연히 얇은 대나무 조각을 그을렸는데, 대나무에 함유된 셀룰로오스는 금세 탄화되어 강력한 탄소섬유로 변했습니다. 전도성을 띠면서 고열도 견딜 수 있어서 결국 이것이 필라멘트의 재료가 되었지요. 이후 10년 간 텅스텐 필라멘트로 교체되기 전까지 초창기 전구의 재료로 훌륭한 역할을 하게 됩니다.


인류의 진보는 수많은 실패 끝에 찾아온 단 한 번의 우연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앞서 에디슨이 그랬고, 헛간에서 4년 간 수천 번에 걸친 지루한 분리정제 작업으로 라듐, 방사능 물질을 밝힌 퀴리부인이 그러했고,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대기업도 아닌 소기업에 일하면서 21세기에는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청색 LED를 개발하여 인류 조명 판도를 바꾼 나카무라 슈지가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피로파괴가 주는 교훈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일정(내구 한도) 이상의 힘'입니다. 반복적인 하중을 주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하중은 어느 정도(내구 한도) 이상의 힘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 이하의 힘을 주면 제 아무리 반복을 한다 하더라도 파괴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구구단을 19단, 199단까지 외운다고 수학자가 될 수는 없습니다. 사실 에디슨이 필라멘트 재료를 개발하기 위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했습니다만, 그중에는 화학적 배경이 조금 더 있었더라면 굳이 안 해도 되는 시행착오도 많았습니다. 그런 시행착오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지요. 그리고 에디슨의 노력만 알려지고 있지만, 에디슨의 성공 이면에는 당시 백열전구를 에디슨에 앞서 만들었던 린제이, 스완과 같은 과학자들의 에디슨 못지않은 시행착오의 경험이 바탕이 되었던 것입니다.


실패의 경험이 모두 실패로 끝나는 것은 더욱 아닙니다. 실패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달렸지요. 소니사는 3.5" 디스크 드라이브를 만들려는 프로젝트를 시행하다 실패합니다만 이것을 밑거름으로 플레이스테이션을 탄생시킵니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는 실패한 DB 개발사업인 오메가 프로젝트가 바탕이 되어 기존에 없던 시장인 '개인용' DB인 액세스 프로그램을 탄생시킵니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실패했던 직원에게 책임을 묻는 것이 좋은 경영일까요? 실패의 경험이 조직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실패 DB를 구축한다면, 조직에서 유사한 다른 실패를 줄이고, '내구 한도' 이상의 조직에 도움이 되는 가능성 있는 실패, 나아가 성공의 길로 유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개인의 입장에서도 다른 사람의 실패 사례로부터 학습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한 이유일 것입니다.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Mark Zuckerberg)는 다음과 같이 말했지요.

가장 큰 위험은 어떠한 리스크도 감수하지 않겠다는 자세다.
이는 급변하는 세상 속에서 반드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유일한 전략이다.

'피로파괴'에서 배우는 1만 시간의 법칙-반복의 힘입니다. 


by Do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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