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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맨 May 30. 2019

"릴리풋 효과" - 축소의 미학

릴리풋 효과와 노부나가의 칼에서 배우는 작고 빠른 변화의 힘

걸리버 여행기 기억하시나요? 어릴 적 참 재미있게 읽었지요.

그중 소인국이 있습니다. 소인국의 나라가 "릴리풋"이에요. 

그 소인국의 이름을 딴 "릴리풋 효과(the Lilliput effect)"라는 것이 있습니다. 큰 규모의 멸종위기가 지나고 나면 항상 작은 크기의 종들만 살아남는 현상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펜실베이나 대학의 로렌 살란 교수는 2015년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지구 역사에 있어서 3억 5천9백만 년(... 가늠이 안되네요) 전쯤에 있었던 대량 멸종(mass extinction)으로 척추동물의 97%가 사라졌는데 이중 크기가 작은 생명체들만 살아남았다"는 연구를 발표합니다. 멸종 이전의 안정적인 생태계에서는 유기체가 몸집을 가질 때까지 시간을 들여 성장한 후에 번식을 해도 괜찮았으나 이후의 불안정적인 생태계에서는 작고 빠른 속도로 번식하는 물고기가 전 세계를 차지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바로 "릴리풋 현상"이지요.


이러한 현상은 우리 주위에서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숲에 불이 나고 나면, 빠르게 자라는 풀들이 먼저 자리를 잡고, 그다음 관목이, 그리고 나서야 큰 나무들이 숲을 형성합니다.


오다 노부나가(織田 信長)는 센고쿠 시대를 평정한 인물입니다. 그가 아버지 대부터의 숙적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대군을 격파하고, 요시모토의 목을 베고 전리품으로 얻었던 것이 바로 '사몬지(左文字)'라는 명검이지요. 당대 최고의 장인에 의해 만들어진, 당대에 이름난 명검으로, 길이가 두자 여섯 치나 되는 장검이었다네요. 

그러나 노부나가는 이 검을 네 치 오푼이나 잘라내어 두자 한치 오푼의 길이로 만들어 버립니다. 이를 모두가 이해하지 못했지요. 길이를 잘라내게 되면 처음의 그 우아하고 장대한 기품이 없어지게 되거든요. 그러나 노부나가의 대답은 한마디. 

싸움에 도움이 안 되는 칼은 '둔도'이다. 네 치 오푼을 아끼다가 싸움에 패하면
대체 이 칼이 명검으로서 무슨 의미가 있는가?


명답입니다. 칼이란 어디까지나 수단이지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좋은 재료로 만든 기품 있는 명검이라 할지라도 그 무기를 소유한 자의 체구나 체력에 맞지 않는다면 그것은 결코 명검이 될 수 없는 것이지요. 


체구가 크다고 나쁜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위태로운 환경이 오게 되면 자연도, 인간사도 "축소의 미학"이 발휘됩니다. 그러나  "작다"는 것은 단지 크기만 작다는 것이 아니고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힘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작은" 칼은 단지 작다는 것이 아니고 "빨리 휘두를 수 있다"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이지요. 단지 "크다"는 이유가 아니라 "빠른 속도로 변화"할 수 없어서 최고의 기업에서 모습을 감춰버린 DEC, Compaq, 모토롤라, 노키아 등 수많은 기업의 사례를 접합니다. 


위기에 대응하여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힘 - "릴리풋 효과"와 "노부나가의 칼"에서 배웁니다. 축소의 미학.


by Dol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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