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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olias Feb 15. 2024

계모가 된 천사엄마

가정을 지키기 위해 변한 건데... MBTI(1)

최근 몇 년간 대한민국을 휩쓴 MBTI 덕분에 저 역시 많은 분들과 상담 과정 중에 MBTI 도 많이 활용하게 되었습니다. MBTI 가 단순히 성격진단을 넘어서서 서로의 성장과 소통에 도움을 준 사례들이 쌓이면서, 소중한 이야기들을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어 졌네요. 혹시라도 MBTI를 일부러 외면해(?^^) 온 분들을 위해 간단한 소개부터 하고 사례로 들어가 봅니다.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란, 브릭스와 마이어스 모녀가 Jung의 4가지 성격유형을 활용하여 만든 성격검사입니다. 성격을 결정하는 요소를 아래와 같이 4가지 차원으로 봅니다.


첫째, 에너지를 어떤 방향으로 모으고 쓰는가? 외향성(Extraversion) ------------ 내향성(Introversion)

둘째, 정보를 어떻게 인식하는가?                  감각형(Sensing) ----------------- 직관형(iNtuition)

셋째, 어떻게 결정을 내리는가?                     사고형(Thinking) ---------------- 감정형(Feeling)

넷째, 어떤 라이프스타일을 선택하는가?          판단형(Judging) ---------------- 인식형(Perceiving)

                                                                                                                                            

4가지 차원으로 다음과 같이 16가지의 조합이 만들어집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막 30대에 접어든 부부입니다. 세 명의 자녀가 있어요. 딸 둘에 막내가 아들입니다. 혹시라도 아들을 원해서 셋을 낳았냐고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냐고요? 아닙니다. 둘 다 계획을 세우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자녀계획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생겨서 낳은 거지요. 연년생에 막내는 둘째와 2살 차이가 납니다. 부부는 소개팅을 했는데 첫눈에 서로가 반했답니다. 이보다 낭만적인 남자가 없다, 이보다 사랑스러운 여자가 없다. 둘은 3개월 만에 결혼날짜를 잡았고 허니문 베이비가 탄생했지요. 짧은 연애와 결혼하자마자 연이은 임신과 출산은 부부의 결혼생활을 위태롭게 만들었다고 하네요.


남편 : 저는요, 속아서 결혼했어요. 이런 여자인 줄 알았다면 하지 않았을 거예요. 연애할 때는 그렇게 밝고 상냥하고 화 한번 낼 줄 모르던 사람이 지금은 어떤지 아세요? 무서워 죽겠어요. 힘들다고 하면서 살이 빠지기는커녕 엄청 불었어요. 다이어트한다고 나까지 해야 되나요? 집에서 뭐 먹을 수가 없어요. 맛없는 것만 해 놓고는 안 먹는다고 타박이고. 좋아요, 저한테 그렇다 쳐요. 아이들이 무슨 죄인가요? 아이들한테 소리 좀 지르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이 뭐라 하는 줄 아세요? 엄마더러 친엄마가 아니래요. 계모래요.   


부부는 아이들 문제로 처음 내방했어요. 아이들 셋 모두가 문제를 안고 있었어요. 틱장애, 과도한 머리카락 뽑기, 손톱 피날 때까지 물어뜯기. 고함지르기 등등. 와이프는 처녀 땐 연약할 정도로 날씬했는데 스트레스로 야식을 과하게 먹어 살이 많이 찌게 되었고 과도한 다이어트와 폭식을 오가는 중이었어요. 엄마는 아이들을 철저한 계획하에 움직이게 했어요. 기상부터 취침까지. 식사와 씻기까지. 정해진 시간에 활동을 하지 않으면 화가 치밀어 소리를 질러댔고 늦게 들어오는 남편이 미워죽을 지경이었어요. 아이들은 엄마가 너무 무서웠고 아빠가 집에 있을 땐 무조건 아빠에게 달려갔어요.

     

이 부부의 MBTI 유형은 무엇일까요? 남편과 와이프 둘 다 ESFP였다네요. 과거예요. 결혼 전에요.

ESFP는 미워할 수 없는 낙천적인 유형입니다. 폭넓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사교적이고 정열적인 이들은 경험이 생각을 앞서고 자유롭게 살고 싶어 합니다. 미래보다는 현재의 즐거움이 우선인 부부는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큰 평수의 아파트를 사고, 자전거를 사랑하는 남편은 결혼 후에도 고가의 자전거를 몇 대나 더 구입합니다. 아이들이 셋이나 되었는데도 남편은 자전거 동호회 총무를 포기하지 않고 온갖 회식을 마다하지 않네요. 남편은 공적인 영역에서 전형적인 ESFP의 모습으로 활기차게 살아갑니다. 와이프는 화가 납니다. 본인만 억울합니다.


와이프 : 저는 뭐 놀 줄 모르는 줄 아세요? 결혼하고 친구들을 몇 번이나 만난 줄 아세요? 손에 꼽아요. 근데 저 인간은 하루가 멀다 하고 회식이죠. 아이들에겐 한없이 좋은 아빠죠. 사달라는 건 몰래 다 사주고. 같이 엄마 욕하고. 원수가 따로 없어요. 저만 나쁜 년이 된 거예요. 저도요.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요. 좋은 엄마, 예쁜 와이프가 되고 싶어요. 그런데 현실은 그렇게 될 수가 없어요. 저 인간은 애들에게 잔소리 한번 안 해요. 내가 없으면요, 집이 안 돌아가요. 어쩔 수 없이 제가 명령하고 휴... 애들을 시간에 맞춰 재우지 않으면, 씻기지 않으면 제 시간이 없어요. 드라마 보면서 맥주 마시는 시간까지 없다면... 미칠지도 모르죠. 영양도 균형 있게 먹여야 애들이 살 안 찌고 키가 크잖아요. 맛없다고 잘 안 먹으니까 억지로 먹일 수밖에 없고. 안 먹이면 영양실조인데요. 그죠? 매일매일 목욕시키고 저 혼자 다 한답니다. 선생님, 제가 화가 안 나겠어요?


부부의 성격패턴이 달라졌을 거라며 이해를 돕기 위해  MBTI 검사를 다시 해보았다.  결과는?

남편 : ISFP(성인군자형)

와이프 : ESTJ(사업가형)

* ESFP들은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열등기능이 표출되는데, 이들의 열등기능은 Ni(내향적 직관)입니다. Ni는 미래의 비전을 중시하고 통찰력이 우수하나, 열등기능으로 작용하는 경우 유치한 어린아이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스트레스로 변한 유형은 본래 유형의 장점보다는 단점들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부가 변한 ISFP, ESTJ 도 '무조건 맞춰주기, 무조건 명령하기'의 행동들이 강해집니다. ㅜ.ㅜ   


천사 같았던 와이프가 피도 눈물도 없는(T.T) 사령관이 된 것입니다. 본인의 성격습관으로 살다가는 가정이 엉망이 될 것 같아, 남편과 아이들도 사랑하는 마음에 자신도 모르게 계획대로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ESTJ로 변한 것이에요. 남편은 와이프가 원래 독하고 사나운 사람인데 연애할 때 자기를 속였다고 오해하고 있었고요. 그런 아내가 보기 싫어 외부 활동을 전혀 줄이지 않았고 집에선 ISFP로 변해서 아이들을 한없이 불쌍히 여기며 모든지 들어주려 했어요. 아이들에겐 한없이 착한 아빠가 엄마에게 시달린다고 느껴졌을 것이고요. 아이들은 부부의 끝없는 싸움과 엄마의 강압에 정서적으로 불안해지며 여러 증상을 보이게 된 것이에요.


와이프는 억울했서요. 가족을 위해 변한 자신의 모습을 남편이 원래 자신이라 여기며 속았다 하니까요. 남편도 억울합니다. 불안해하는 아이들을 위해 성인군자형으로 변신하여 다 받아주고 와이프의 욕설도(겉으로는) 다 받아줬는데, 와이프는 본인만 힘들다 하니까요. 서로가 오해를 하고 있으니 너무 안타까워요. 중요한 건 부부가 갈라설 마음이 전혀 없다는 거예요. 미움은 사랑의 반대말이 아니잖아요. 극복하고 싶으나 방법을 몰랐던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가족 세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우선 ESFP 유형들이 스트레스에 잘 대처할 수 있는 기능을 쓰는 거예요. 그 기능은 Fi(내향적 감정)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공감의 기능입니다. 외부활동을 줄이며 자신의 감정에 집중하는 거예요. 신뢰할 만한 사람과 진중히 이야기하는 것도 좋고요. 가장 중요한 사람과 갈등이 있는 상황이라 빨리 해결하고 싶은 마음에 조급해지겠지만 혼자서 생각하는 시간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와이프는 남편이 자신의 본모습(계모가 아닌 천사^^)을 기억해 주고, 아니 지금도 그렇다고 믿어주고 육아에서 본인이 담당하는 대장 역할을 도와달라고 요청했어요(남편은 ESFJ의 형태로 도와줬어요). 남편은 와이프가 살이 쪄도 좋으니 잘 먹고 자신과 아이들에게 웃는 얼굴을 보여달라고 요청했고요(와이프는 ESFP의 모습을 자주 보여주었지요). 다른 건 요청하지 않았는데요. 부부는 알아서 척! 척! 해결을 하시더라고요. 집도 작은 평수로 옮기고, 자전거도 하나 남기고 처분하고 맛있는 식사가 시작되었고요. 아이들의 증상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데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긴 합니다만, 걱정하진 않아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할 뿐이니까요.^^

 *ESFJ : 친선도모형이라 친절하고 감성적이나 계획성 있고 성과 역시 중요하게 여긴다.    


가족이든 회사든 가장 적합한 성격유형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아요. 어떤 집단이든 반드시 필요한 역할이 있는데 역할에 적합한 유형이 없더라도, 누군가는 그 역할을 담당해야만 됩니다. '내 성격은 변하는 성격이 아니다', '네 성격이 문제야'가 아니라 내 성격은 보존한 채 상황에 따라 역할을 연기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해요. 처음엔 그 연기가 많이 버겁지만 점차 익숙해지면서 다른 유형의 사람들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고요. 또 노력하는 모습을 변했다고 오해하지 말고 감사한 마음을 담아 진심으로 표현한다면 힘들어도 힘이 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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