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어느덧 55세...
중년의 막바지에 서서 다가오는 노년을 준비하며 살아가야 하는 때다.
수많은 경험을 통해 후회와 깨달음을 반복하며 살아왔고 그러기에 이제 그 세월에 걸맞게 제법 삶의 노련함을 드러낼 법도 한데 나는 여전히 "결정"이라는 철벽 앞에서 주춤거리기를 반복하고 있다.
Unsplash의 Justin Luebke
언제부터였을까..
사실 내가 10대였던 1980년대 초에는 결정장애라는 말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 같다.
단지 결정하는데 많은 생각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하는 정도였지 이러한 표현을 사용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는 아니었던 것 같다.
어쩌면 이 단어는 점점 빠르고 복잡해져 가는 우리의 삶이 탄생시킨 신종 병일지도 모른다.
지금의 세상은 한 사람의 결정을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 줄 만큼 여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리라.
아이러니하게도 기다려 주지 않는다는 조급한 생각 때문에 나의 결정은 더 어려워진다.
머리가 멍해지고 일순간 생각이 멎는다.
뭔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쉽사리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다.
꽉 막혀 버린 콧속처럼 답답하기만 하다. 풀어도 또 막히고 다시 반복해도 또 막힌다.
계속 제자리걸음이다.
49:51이라 결정을 못하는 게 아니다.
10:90의 상황임에도 그 10%가 발목을 잡는다.
두려움이라는 어둠의 바이러스는 그렇게 늘 내 판단을 마비시킨다.
두려움...
두려움은 욕심에 기인한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10:90의 상황에서 그 10의 상황이 내게 가져다줄 손실들을 마주하기 싫은 두려움,
결국 내가 끌어안고 있는 것들을 놓고 싶지 않은 마음 때문이리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정말 늦은 때라지만,
그러기에 내 나이 55세 때늦은 몸부림이겠지만,
그래도 시작해 보련다.
두려움 뒤에 숨어 있는 욕심 공간을 감사와 행복으로 채워나가는 것
이것이 햄릿 증후군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한 나의 첫 발걸음이다.
이제 그것을 시작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