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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콩마음 Apr 19. 2023

1. 불편한 동거

 prologue 서막

                                                                                                   사진: Unsplash의 Eilis Garvey



2019년.

우리의 불편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남편은 중견 기업의 임원이었다.

그는 성실함에 있어서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만큼 정말 열심히 자신의 길을 걸어왔다.

그리고 33년간의 긴 여정을 뒤로한 채 회사를 나왔다.

그동안 누적되었던 정신적 스트레스와 육체적 피곤함을 날려 버리기 위해, 소위 말하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진 후 남편은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그리고 내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둘째 아이도 이제 자기 갈 길을 찾았으니, 새로 시작하는 사업을 함께 해보자고.


결혼 후 지금까지 나는 평범한 주부로서의 삶을 살아왔다.

비록 사회생활과는 다른 결이지만, 한 사람의 아내이며 두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 또한 고뇌와 번민의 역사였다. 하지만 매 순간마다 함께 해준 친구들과 신앙의 삶은, 내 작은 세계 속에서 언제나 든든한 버팀돌이 되어 주었다.

나는 20년 전 이곳으로 이사 온 이후  성당 봉사활동을 쉬지 않고 계속해 왔다.

그리고 그 삶은 가정생활과 더불어 내 삶의 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기에 남편의 제안은,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던 모든 봉사활동을 접고 새로운 세상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점에서 내게는 모험과도 같았다. 

삶의 많은 부분을 서로 나눠왔던 친구들과의 만남 또한 예전 같지 않을 것이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데..

생각해 볼 시간이 많이 주어졌지만 어느새 결정해야 할 날이 코 앞에 닥쳤다.

그리고 나는 장고 끝에 남편의 도전에 동참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주변 환경이 그리 좋은 사무실은 아니었지만 생각보다 넓고 깨끗한 공간, 그리고 무엇보다도 첫 사업, 첫 사무실이라는 데에 나름 의미가 있었던 것 같다.

함께 할 두 명의 직원을 뽑았고, 그 해 3월부터 우리는 본격적인 업무를 시작했다.

설렘이라는 긍정의 요소와 더불어 내가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도움은 커녕 일을 그르치면 어쩌나 하는 걱정 속에 나의 모험은 시작되었다.

주일학교 교사의 경험 덕분에 기본적인 엑셀은 사용할 줄 알았지만, 회사 업무를 위해서는 따로 공부를 해야만 했다.

youtube를 검색해 가면서 내가 하는 업무에 사용될 엑셀 영역을 배워나갔고, 따로 메모도 해가며 만학도의 인생 2막을 위해 열심히 준비를 했다.

일을 시작하기 전 남편은 경비나 세금 관련 업무만 도와주면 되니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그 외의 다른 업무들도 내게 주어졌고 나중에는 그 일들이 내 주된 업무가 되었다.


첫 출근.

조금은 설레고 조금은 긴장된 마음으로 나는 그렇게  낯선 세계를 향해 첫 발을 내디뎠다.

문을 열자 눈부신 형광등 불빛이 흘러나왔다. 

낯선 공간 속 낯선 이들이 나를 향해 인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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