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공장 확정! 원료와 비율 확정! 그다음은?
이제 단백질 쉐이크 제품 원료 배합이 확정되었으니 나머지 단계들은 스무스하게 흘러갈 줄 알았는데...읭? 지금까지 사업하면서 가장 크게 다른 업체와 트러블이 있었다. 규모로만 따졌을 때는 다구리 당하는 줄...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이제 제품에 어떤 원료가 얼마만큼 들어가는지 확정되었으니 이 내용을 제품 패키징 라벨에 표기를 해야 했다. 미국 수출용 제품도 영문으로 라벨링이 들어가야 하고 국내에서 유통할 물량도 한글로, 한국 식품표기법에 맞게 해당 사항들을 표기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증된 기관에서 영양 검사를 받고 이러한 사항들을 정리해야 한다. 국내용은 제조 공장이 늘 해오던 업체와 하면 가격도 합리적으로 하고 좀 더 편하게 할 수 있었는데, 나는 수출을 위해 영문 라벨링도 동시에 해야 해서 그 둘을 함께 할 수 있는 기관을 별도로 내가 찾기로 했다. 마침 나는 이때 정부에서 진행하는 수출바우처에 선정된 참여기업이라 이런 업무를 할 수 있는 수행기관을 찾아서 견적을 여기저기 물어봤다. 그중에서 업체 규모도 크고 깔끔한 제안서도 주고 커뮤니케이션도 잘 되는 듯한 업체를 골라서 이 업무를 의뢰하게 되었다. 사실 많은 정부바우처 수행기관의 서비스들이 그러하듯이, 원래 이런 업무 시세보다 가격이 높았지만 어쨌든 나도 바우처를 유효기간 내에 소진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고, 자부담금을 생각하면 시세와 그렇게 큰 차이가 나는 금액이 아니라 진행하게 되었다.
사실 업무 자체는 꽤 원활하게 진행되었다. 하지만 문제는 정산이었다. 수출바우처로 정산을 신청했는데 수출바우처 정산이 반려가 되었다.
※ 수출바우처 같은 경우, 수출을 하는 기업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지원 사업이다. 통역, 디자인, 홍보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선정된 기업들이 서비스를 등록하면, 나 같이 수출을 하는 참여기업들이 서비스들을 골라서 바우처로 결제해서 사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보통 중소기업 같은 경우, 자부담 30% + 정부지원 70%의 수출 바우처로 구성이 된다.)
예를 들어 1만 원으로 수행기관과 내가 서비스를 진행하기로 했는데, 막상 업무를 끝내고 정부에게 우리 이런 결과물을 만들었으니 정산해 줘! 하니까 안돼... 이러는 상황이었다. 이유인즉슨 내가 이 업체와 진행한 업무들이 정산 항목으로 인정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 사실은 수행기관에서 나에게 통보를 했다. 나는 어쨌든 수행기관과 나, 두 업체 모두 이 예상치 못한 상황의 피해자로 생각해서 같이 협력해서 이 이슈를 해결하고자 했는데, 이 업체는 모든 책임을 그냥 나한테 물었다.
예시를 만원으로 들어서 그렇지, 내 기준 꽤나 큰 금맥이었고 처음부터 그 금액이었다면 당연히 이 업체와 진행하지 않았을 업무였다. 물론 참여기업, 수행기관 모두 해당 서비스가 정산 범위에 있는지 파악할 의무가 있었지만 따지고 보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행기관에서 최소 이게 정산되는 서비스인지 알고 제안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는 내 생각인데, 어쨌든 결론은 절대 이 사항이 내 책임만 있는 것이 절대 아니었다는 것이다.) (쓰면서도 다시 화나네^^) 근데 무작정 그 업체는 자기네들은 지금까지 정산을 이 항목들로 잘 해왔다가 정부 측 '담당자의 실수'로 이게 아닌 게 밝혀졌다는 둥, 이제부터는 정산이 안되는데 이미 결과물을 다 만들어서 그냥 내가 100% 다 부담해야 한다는 둥 너무 당당하게 말했고 큰 회사가 엄청나게 권위를 세우면서 나를 몰아세웠다.
나는 처음에 이렇게 이렇게 같이 책임을 지고, 금액을 이렇게 각자 이렇게 이렇게 나눠서 부담을 하면 안 되는지, 왜 지금까지는 되었는데 지금부터는 안되는지 처음에는 최대한 협의를 하려고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했는데, 상대방은 어쩔 수 없고 결론은 내가 금액을 다 내야 한다는 식으로 계속 통보했다.
진짜 사업하며 이런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 밤에 잠이 안 오더라....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 억울해서, 나 같이 1인 소상공인 기업이 당하는 게 분해서 주말 사이에 조언을 구하고 책을 읽고 이 일을 어떻게 풀지 고민했다.
흑화라기보다 주변에 문의를 한 결과, 내가 전혀 100% 부담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 그 업체 원래부터 이런 걸 노리고 이런 상황을 알면서도 만들지 않았을까?라는 의혹 얘기 (이 부분은 아니길 믿지만...) 등 내가 쫄아서 쭈구리처럼 이 상황을 내가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들을 많이 들었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업무 중간중간에 나와 상의 없이 그 업체가 좀 서두르고 졸속으로 한 업무 처리들이 있고 또 결정적으로 내가 이 정산 이슈가 터졌을 때 결과물을 못 받은 상황이라 그냥 안 받고 없었던 일로 할 수 있는 카드가 있었다.
그래서 내용증명급의 이메일들을 여러 번 작성해서 보내고, 모든 커뮤니케이션은 유선이 아닌 메일로!!! 진행하는 것으로 소통 방식도 바꿨다 (이건 매우 중요한 듯. 왜 모든 비즈니스 진행 상황은 서면으로 남겨야 하는지 이번에 뼈저리게 체감함 ). 그래서 결론적으로 응 나 그냥 안 할게^^ 태세전환을 하니까 그렇게 당당하고 권위적인 업체도 태도를 180도 바꾸더라....
자세한 얘기는 다 못 풀지만 결론적으로는 내가 만족할 만 협의점을 찾아서 일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때가 어떻게 보면 브랜드 런칭 준비를 하면서 가장 어렵고 난감했던 사안이었던 것 같다. 그래도 주변의 많은 조언 + 독서로 사건 해결에 많은 도움을 얻었고 사업가로서 한 단계 레벨업을 한 것 같다.
또 이 일이 있는 동시에 제품의 아주 아주 핵심적인 부분이라 생각했던 패키징 디자인에 들어갔는데 이 디자인 업체와는 또 너무 다른 경험을 하게 되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