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더달 Nov 04. 2020

관타나모의 농사꾼 아가씨

내일은 인류 멸망...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_11

   

음악을 좋아하는 노인들은 누구도 서로에게 전화하지 않았다. 

그러나 당연하다는 듯이 호세 마르티의 집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죄다 70세가 넘은 그들은 먼저 서로에게 짧은 인사를 했다. 

그 다음, 누구는 해적처럼 럼을 마시고, 누구는 죽은 소설가처럼 모히또를 마셨다. 

커피를 마시는 이도 있었다. 

그런 다음 각자 자리를 잡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바나의 풍경은 여전히 훌륭했다. 

눈부신 푸른 하늘 아래 형형색색의 집들이 잠자는 음표처럼 땅바닥에 붙어있었다. 

거리를 스쳐가는 투덜대는 올드 카와 마지막 날까지 야구에 열중하는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흘러갔다. 

드디어 음악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는 역시 ‘관타나모의 농사꾼 아가씨(Guantanamera)’이었다.      


나는 진실한 사람~ 고향은 야자나무 숲.

나는 진실한 사람~ 고향은 야자나무 숲.

나 죽기 전에 영혼의 시를 노래하네.

관타나모 아가씨 과히라를 노래해요.     


흥겨운 멜로디와 즐거운 노랫말은 카리브 해의 파도처럼 출렁였다. 

집들이 땅바닥에서 튀어오르며 색종이처럼 나부꼈다.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  슬프고 비장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86,400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