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더달 Nov 17. 2020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

내일은 인류 멸망...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_13



미겔과 나나와 그들의 아들 루이는 사과나무를 심기로 했다. 

“이 사과나무가 잘 살아갈 수 있을까요?”

루이는 근심어린 눈빛으로 사과나무 묘목을 살피며 물었다. 

“그건 순전히 자기 몫이란다, 루이.”

“스스로 책임지는 일이지. 그걸 삶이라고 부르는 거란다.”

미겔과 나나가 차례로 대답했다. 

“인류의 삶이 끝나는 이유도 그런 건가요?

루이가 되물었다. 

“아무렴. 스스로 책임지지 못했기 때문이야.

미겔과 나나가 머리를 끄덕였다. 

그들은 평소보다 조금 늦어진 아침 식사를 하기 위해 집으로 돌아섰다. 호밀빵과 치즈와 햄, 과자, 삶은 계란과 과일이 식탁 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미겔은 삽을 외벽에 세우고 장화바닥을 매트에 비비고 현관문을 열었다. 

“모든 것은 필연이란다. 이걸 받아들이고 우리는 오늘 할 일을 하면 되는 거지.” 

미겔은 집 안으로 들어서며 말했다. 그는 스페인에서 시작해 포르투갈과 프랑스를 거쳐 네덜란드에 정착한 스피노자 가문의 위대한 철학자를 떠올렸다.    

   

‘슬퍼하지 말라. 분개하지도 말라. 이해하라.’     


바뤼흐 스피노자가 말했다. 

미겔의 콧속으로 맛있는 음식 냄새가 스며들어왔다.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  슬프고 비장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86,400초

작가의 이전글 Beautiful Day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