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인류 멸망...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_14
세상의 모든 시계탑의 궁극적인 목적은 바로 이 날 때문입니다.
누구나 한 번쯤 꼭하는 시계탑의 약속 말입니다. 영국 켄트주 쉬어니스의 예쁜 시계탑도 바로 그렇답니다.
‘만약 무슨 일이 생기고, 우리가 서로 연락이 안 된다면 쉬어니스의 시계탑에서 만나자.’
아주아주 옛날에 쉬어니스의 시계탑을 두고 약속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정말로 무슨 일이 터진 적은 없습니다. 그러면서 시계탑의 약속은 우스운 옛 추억으로 남겨졌습니다. 사람들은 서로의 존재를 빠르게 잊어버리면서 각자의 삶을 살아온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쉬어니스의 시계탑 아래로 까마득한 옛날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올리버와 샬롯은 지금 힘껏 서로를 껴안고 있습니다. 에블린은 주저앉아 울고 있네요. 해리는 꽃다발을 안고 시계탑을 올려다봅니다. 알피 할아버지와 이자벨라 할머니는 시계탑 난간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서로의 안부를 묻습니다. 마지막 바람이 마지막 구름을 끌고 하늘 끝으로 사라지고 있습니다.
<지구로부터의 카운트다운> 슬프고 비장하고 아름다운 우리들의 86,400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