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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하루 Dec 11. 2018

웹하드카르텔이 대체 뭔가요?

찍지도 말고, 팔지도 말고, 보지도 마세요.

  최근 실시간 검색어 1위를 "웹하드 카르텔"이라는 단어가 차지하면서 해당 단어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낯선 단어인데다가 해당 사건의 개요가 다소 방대해 이게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사람들을 위해 간단하게 웹하드 카르텔에 대해 설명해보려고 한다.

디지털 성범죄 흐름 및 수익 구조

  '카르텔(cartel)' 이란 쉽게 말해 담합이라는 뜻이다. 같은 종류의 상품을 다루는 기업이 가격이나 수요 및 공급에 대해서 협정하고, 경쟁을 피한 뒤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카르텔이라고 한다. 웹하드는 웹사이트에서 다양한 영상 및 파일을 공유하는 사이트를 말하는 단어이니'웹하드 카르텔' 이란 웹하드 사이트 간의 담합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 담합이 단순히 파일 공유 사이트들 간에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웹하드에서 서로 필요한 건전한 파일들만 공유되면 얼마나 좋으련만, 실상이 그렇지 않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웹하드에서 공유되는 수많은 불법 음란물이 여성 피해자들을 지옥으로 몰아넣는 일은 숱하게 일어났다. 화장실에서, 탈의실에서, 길거리에서, 모텔에서 찍힌 불법촬영물들은 이곳저곳에서 공유되고, 팔리고, 퍼져나갔으며 심지어 피해자가 죽은 경우 '유작'이라는 이름을 붙여 조롱하는 일까지 서슴치 않았다. 해당 영상이 동의하에 촬영되지 않았고, 설령 동의하에 촬영되었더라도 유포에 동의하였을 리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수많은 남성들은 불법촬영물을 유포했고, 구매했고, 범죄에 가담했다.


  불법 촬영물을 올리는 사람들을 '헤비 업로더'라고 부르며 이 사람들은 음란물 사이트 및 파일 공유 사이트를 통해 돈을 번다. 이 과정에서 파일 공유 사이트인 웹하드 업체에서도 돈을 번다. 문제는 디지털 장의사라고 불리는 불법촬영물을 삭제해주는 것을 대가로 돈을 받는 업체까지도 이들과 한통속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웹하트 업체와 필터링 업체의 실 소유주가 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이 구조에서 피해를 입는 건 오로지 '여성' 뿐이다. 그들은 여성의 동의 없이 불법적인 영상을 촬영해 남성들에게 영상을 팔고, 피해자 여성의 돈을 받고 영상을 지워준다. 철저하게 여성을 착취하는 구조다. 최근 이러한 불법 음란물의 유통을 막기 위해 음란물을 판별해내는 시스템이 개발되어 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이 있었는데 그 '필터링 업체'조차 웹하드 업체와 담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현재 "#웹하드_카르텔"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게 된 것이다.


  그들에게 여성은 사람이 아니다. 그저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이고, 그 과정에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무시되든 말든 알 바 아니다. 숙박업체 어플이 이들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까지 밝혀진 바 있으니 여성은 안심하고 갈 수 있는 공간이 지구 상에 없는 셈이다.


  웹하드 카르텔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불법촬영 영상들이 팔리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그 영상을 보고 여성 피해자를 피해자로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소위 "딸감"으로 인식하고, 자신의 성욕 해소를 위해 수단화하는 걸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도 그 영상을 보지 않으면 팔 수 없다. 수요가 없으면 돈이 되지 않고, 이 카르텔은 있으나마나 자연스럽게 사라지기 마련이다.


  여성을 갈아 돈을 짜내는 이 구조 자체가 충격적이며 절망스러운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그 어떤 제도를 마련하고 어떤 시스템을 도입한다 한들 불법촬영물을 찾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해결될 수 없다. 보지 않아야 한다. 공유하지 않아야 하고, 찾지 않아야 한다. 불법 촬영물의 유포는 범죄고, 그 영상을 보는 당신은 범죄에 가담한 공범이다.


  사회가 여성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사실이 결국 다시금 씁쓸해지는 오늘이다.

그것이 알고싶다 1131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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