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상담일지

상담 1일 차

by 돌멩이

오늘 처음으로 정부에서 지원해 준 바우처를 들고 정신상담센터를 찾아가 보았다.


내 인생 첫 상담은 아니지만, 상담을 가면 마주해야 할 여러 질문들이 무서워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찾아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상담은 매우 원만했다.

내 개인정보들이 가득하기에 내용을 직접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얕게 느낌만 풀어보려고 한다.


처음 상담센터를 가면 간단한 우울지수, 불안지수 등의 테스트를 치르게 된다.

그리고 왜 상담을 시작하게 되었는지, 병원은 왜 들르게 되었는지에 대한 질문부터 시작된다.

내가 오게 된 이유를 말하면 언제부터 그렇게 느꼈는지, 어떤 경험과 일에서 기인한 것 같은지 점점 디테일한 질문들이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가족관계와 친구관계 등 나에 대한 배경에 대한 질문으로 마무리된다.


나는 매번 모든 내용을 솔직히 밝힌다.

내 가족관계와 겪었던 일이 평탄하지 않지만, 나야 적응하고 산지 오래라 무덤덤하게 말을 뱉어낸다.

이에 매번 상담선생님들은 살짝 놀라거나 쉽게 이해하지 못해 다시 물어보곤 하신다.

항상 있어왔던 일이니 뭐 기분의 동요는 없다.


또한, 중간에 내가 갖고 있는 강박, 집착 등 어느 한 방향에 쏠린 답변을 듣고 앞으로 대화해 나가야 할 요점들을 찾아내신다.

이번 상담에서 정리해 주신 요점은 총 2가지이다.

1. 왜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가

2. 왜 감정을 억제하는가

첫 상담에 이렇게 깔끔하게 발견된 적은 처음이라 새삼 놀랐다.


이후, 이러한 성향이 드러나는 사건, 경험을 물어보시고 내가 가장 힘들어하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그 상황에서 -님의 감정은 어땠어요?"

그러면 한 번도 끊긴 적 없던 상담이 내 체감 약 20초간 끊긴다.

이 질문은 해도 해도 쉬워지지 않는다.

그 상황에서 나의 감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그 상황 속 해결과 대처를 할 뿐이지 그때의 내 감정은 아무리 생각해도 쉽게 결정되지 않는다.

내 뇌의 답은 일하는 중이므로 무감정해야 한다는 답만 내놓을 뿐이다.

그러면 모든 상담 선생님이 감정은 판단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생기는 거라고 그 상황에 놓인 내가 들었던 감정을 생각해 보라고 반복해 설득하신다.

이를 이해하면서도 명확히 어떤 감정이라 결정하지 못한 채 같은 자리를 맴돌다 내 현재 감정의 대표인 '슬픔'으로 조심스래 대답해 본다.

상담에 대한 전반적인 의견을 정리하는 지금 다시 생각해 봐도 모르겠다.

계속 상담을 다니며 감정에 대한 반복된 질문을 받으면 언젠가는 늘지 않을까.

오늘 상담선생님이 하신 말을 인용하여 표현하자면 '언젠간 내 우울함과 감정을 이해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갖게 되지 않을까.



아주 자그마한 기대를 가져보며 또 상담 일정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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