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버티기

불면 n일차

by 돌멩이

대학 시절 나는 매일 밤 내가 싫었다.

대학교 기숙사에서 지냈기에 룸메이트들의 잠꼬대와 숨소리를 들으며 혼자 짧게는 2시간부터 길게는 5시간을 버텨야 했으니 싫을 수밖에 없었다.


왜 나는 잠을 못 잘까.

왜 그것마저 못할까.


원망 끝에 새벽 5시에 미친 것처럼 걸으러 나가거나, 공부하러 도서관에 가버리는 등 잠을 포기하고 나가고는 1시간 만에 돌아와 까무룩 잠에 들곤 했다.


그로부터 4년이 넘게 지난 지금, 이제는 잠을 자기 위한 여러 방안이 마련되어 있다.

잠잘 준비를 모두 끝내면 메인등을 끄고 간접등을 킨다. 그리고는 단순한 내용의 책, 잔잔한 오디오북,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요가매트, 잠깐 나가서 산책할 수 있는 슬리퍼, 컬러링 키트까지.

이 모든 물건의 도움을 받아 잠을 청해 본다.


하루하루가 쉽지 않지만 그날 내가 할 수 있겠다 싶은 물건을 골라하다 보면 잠에 들기도 한다. 그러면 다음 날 나름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일어날 수 있다.


물론 그중 며칠은 이 모든 행동을 하고도 생각이 꺼지지 않는 날이 있다.

4 시간을 무의미한 행동으로 태워버리고도 잠에 못 들었다는 생각에 화가 나 바닥에 엎어져 소리 없는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여전히 난 불면에 완벽히 적응하지는 못했다. 영영 못할 것이며 앞으로는 더욱 힘들 것임을 안다.

하지만 이런 사람이 나라는 건 내가 가장 잘 알기에.

오늘도 나를 달래 하룻밤을 더 지내보고자 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오늘의 상담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