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그럴 수 있지. 좋아
내가 친구와 있을 때 가장 많이 하는 말들이다.
이는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내 성향에 의한 것이다.
자연스럽게 친구들의 연애, 연구실, 직장 고민을 들어주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그들의 편이 되어주는 것.
또한 최대한 친구들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어휘로 바꿔 이야기하는 것.
딱 그 정도의 개입만 하고 또 각자의 일을 하러 갈 수 있을 정도의 독립된 관계를 유지하는 것까지.
이게 내가 친구를 대하는 방식이었다.
우울감이 심해지며 이는 완벽히 무너져 내렸다.
답장을 하루 단위로 하던 내가 자주 연락을 하고.
막상 연락해 놓고 아무 의미 없는 말만 한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자신들의 상황을 털어놓는 것에 집중하지 못해 어물쩍 넘어가기도 한다.
처음에는 나조차도 내 변화를 인지하지 못했다.
그러던 중, 개인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으로 똘똘 뭉쳐있던 내가 "의존 좀 그만해"라는 소리를 듣고 깨달았다.
난 지금 구조 신호를 보내는가 보다.
우울감이 바닥을 칠 때, 이 감정을 어떻게 처리할지 몰라 우선 주변에 전화를 건다.
하지만 내 상태를 나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에.
또, 내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르기에.
그냥 전화했다는 의미 없는 말만 한다.
마지막으로, 에너지는 소진된 지 오래기에 친구의 이야기에 집중할 수도 제대로 대답할 수 조차 없다.
그래놓고 한 번씩 "힘들어", " 살기 싫어"라는 단문을 웃으며 던진다.
친구들은 장난스럽게 넘어가고 나는 그에 또 혼자 서운해한다.
나도 알고 있다. 친구들이 못 알아채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을. 이렇게 표현하면 안 된다는 것을.
그래도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표현법이기에 이런 말이라도 더 자주 던져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나 안 괜찮아. 힘들어. 얘들아. 알아줘.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