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 2일 차
오늘 상담은 지난 상담 이후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공유하고 싶었던 생각이 있었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시작했다.
이에 나는 2가지 주제를 꺼내놓았다.
1. 지난 상담날, 상담 이후 감정을 마주하라는 말씀이 계기가 되어 우울하고 힘들었어요.
2. 내가 감정을 모르는 이유를 생각해 봤어요.
이에 상담 선생님은 하나하나 세심하게 파고들기 시작하셨다.
첫 번째 주제에 대해 어떤 생각에 우울했는지 그 상황에서 든 생각이 뭐였는지 여쭤보셨다.
그 당시에 내 머릿속은 "아무 일 없이 집에 박혀 있기 싫다. 평생 이 방에 갇혀 있을 것 같다."라는 말들로 꽉 차 있었다고 말씀드렸다.
그러자 선생님은 그때의 감정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물어보셨고 또 침묵이 잠시 왔다 갔다.
오랜 고민 끝에 '좌절'이라고 대답했다.
지금까지 할 수 있는 한 닥치는 대로 지원을 해 본 것은 아니지만, 전혀 예측할 수 없던 당락과 끝끝내 탈락하던 결과에 난 점점 좌절에 빠졌나 보다.
매 지원을 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조금씩 기대하고 탈락하면 조금씩 좌절하고. 이 과정이 반복되며 좌절을 익혀 버렸다.
이 익숙한 좌절은 다음 도전에 올인하지 못하게 나를 붙잡는다.
더 큰 노력과 기대는 더 큰 좌절을 가져오므로 난 내게 온 기회도 올곧이 잡지 못하는 멍청이가 되어버렸다.
그 당시 나를 좌절에서 꺼내준 것은 채용과 관련된 한 건의 전화였다.
채용 첫 단계의 자그마한 기회가 주어졌다는 전화가 왔고 나는 그에 정신을 차렸다. 아니. 다시 감정을 무시했다.
선생님은 전화가 왔을 때 기분이 어땠냐고 다시 물어보셨고 '기쁨, 안도, 불안' 등 여러 예시를 알려주셨다.
그에 대한 나의 솔직한 답은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어떤 준비를 해야 할지 생각했죠."였다.
선생님과 나의 같은 상황 다른 반응, 행동을 관찰할 때마다 참. 갈 길이 멀겠구나 생각한다.
오랜 상담이 되겠구나 다시 한번 깨달았다.
두 번째 주제였던 내 감정을 모르는 이유는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점이었다.
그냥 내 어렸을 적 이야기를 풀어놓았고 대화 속에서 난 많은 것을 깨달았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가장 밀접한 사람의 힘듦을 듣고 공감해야 했다. 또한, 여러 어른들과 지낼 환경에 있었다.
이는 나에게 큰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다.
장점은 내 기준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고 대화하는 것에 두려움이 없어졌다.
또한, 어른들 눈치 하나는 기가 막히게 보게 되었다.
단점은 내 감정 표현을 절제하게 되었다.
나보다 절대적으로 힘든 사람의 이야기를 끊임없이 듣게 되다 보면, 그 사람이 내 가족이고 그 사람을 상처 준 사람도 나의 가족일 경우. 나는 그 아픔에 감정 표현을 할 수 없다.
내가 그 이야기에 슬퍼하면 정작 더 힘든 사람이 내게 미안해하고.
내가 그 이야기를 듣기 싫어하면 그 사람은 표현할 데가 없기에.
최대한 무덤덤하게 이야기를 들어줘야 했다. 물론 내 성향 자체가 이에 적합한 덤덤한 성격이기도 했다.
또한, 여러 어른을 만나며 눈치를 기를 수 있던 기회는 멀리서 상황을 보고 그들의 감정적 동요를 줄이며 그 사이를 조정할 수 있는 능력을 줬다.
이 능력과 내 해결 방안에 감정 표현은 없었다.
감정은 다른 사람을 진정시키는 것과 내가 행동하고 판단하는 것에 방해가 되는 존재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감정을 무시했고 이는 감정을 감지하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나는 내 힘듦을 제때 감지하지 못하고 쌓아놓다 우울증이라는 병으로 터트려 버리게 된 것이다.
상담은 참.. 별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고 왠지 모르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한다.
하지만 그만큼 나 자신을 많이 되새겨 보게 하는 기회인 것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