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머릿속

취준생이 잠을 못 자는 이유는 무수히 많다

by 돌멩이

새벽 6시에 집에서 멍 때리고 가만히 있다 보면 점차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옆집 사람의 알람 소리, 빠르게 엘리베이터를 잡는 발걸음 소리, 거리 밖에서 들리는 차 소리.

이 소리들을 들으면 난 다시 작아진다.


출근하고 싶다.


내 취준생활동안 취업을 2번이나 한 친구가 말하기를 취업을 하고 일주일이면 다시 백수 생활이 그리워진다고, 출근 안 하는 삶이 부러워진다고 한다.

출근 비슷한 것을 해본 사람으로서 공감한다.

나도 그랬으니깐.


그런데 오랜 기간 취준을 하며 지원서를 작성하고 떨어지기를 반복하다 보면 출근이 하고 싶어진다.

하루를 시작할 일과가 있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부딪힐 사람이 있는 삶이 그렇게 부럽다.


취준생에게는 자신만이 아는 일과가 있다. 취업을 위한 일과.

내가 계획했던 일과 중 가장 위태로운 일과이다.

취업에 맞춰 지원서, 자격증, 시험, 면접 등 디데이에 맞춰 일과를 채워 넣지만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질 수 있는 일과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준비를 해도 기회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그러면 다시 출발점이다.


그리고 가만히 있으면 아무도 만나지 않아도 된다. 아니 아무도 만나지 못한다.

누군가를 만나기에는 그들의 바쁜 일과가 보이고 그들은 이미 주변 사람들에 치일 대로 치여, 또는 즐길 대로 즐겨 나까지 만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아무 사람도 만나지 못하는 일과.


물론 아르바이트와 스터디를 하며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계속 변동되는 일정과 서로 엇갈리는 등락은 서로에게 온전한 지지가 되지 못한다.

따라서, 관계에 한계가 생긴다.

그리고 그 한계를 뚫을 만큼의 노력과 시간을 쏟기에는 내 에너지는 "아쉽지만"으로 시작하는 이메일 하나에 폭발해 소멸해 버린다.


취준생이 되어보고 나서야 나는 취준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내가 버텨본 모든 역할 중 가장 어렵고 힘든 것 같다.

누구보다 머릿속이 복잡하며 끊임없는 고민과 생각 속에서 불안감에 잠식된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수동적이다.

내 일정을 회사의 채용 공고와 여러 이메일이 정하며 그 어떤 예고 없이 무너지고 얹히기 일쑤다.


그 속에서 자기 효능감은 무수히 깎여나가고 온 힘을 다해 버텨야만 가만히 있을 수 있다.

즉, 가만히 있는 취준생은 정말 열심히 버티고 있다.


모든 취준생이 이렇게만 사는 것은 아니고, 나 또한 모든 날을 이렇게 살진 않지만,

이런 면도 있다는 점을 다른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특히, 이런 입장에 무지했던 과거의 나 같은 사람들이.

이런 관점을 가지고 주변에 가만히 있는 취준생을 제발 한 번만 더 따뜻하게 봐주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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