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존재하기
난 돌멩이가 되고 싶었다.
멈춰 있든.
굴러 가든.
떠 내려가든.
무엇을 해도 아무도 신경 안 쓰고 뭐라 안 하는 삶.
누군가가 나를 걱정할 일도.
누군가가 나에게 어떤 기대를 가질 일도.
누군가가 나를 싫어할 일도.
아니. 사실.
내가 누군가의 걱정 어린 눈빛에 괜찮다 말할 일도.
내가 누군가의 기대를 충족하려고 갖은 노력을 할 일도.
내가 누군가의 싫어함을 모른 척할 일도.
아니 더 정확히.
내가 나를 걱정 또는 안쓰러워할 일도.
내가 나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해 메말라갈 일도.
내가 나를 싫어할 일도.
없는 그런 삶.
그런 삶을 살고 싶었다.
언젠가
환생을 하거나,
시체가 된 후 미생물에 분해되어 땅에 흡수되거나,
내가 더 이상 날 괴롭히지 않는.
그런 날이 오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