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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가 모두 까였을 때

언급조차 없었던 내 아이디어

by 돌멩리

아이디어가 하나도 팔리지 않았다. 광고계에선 익숙할 수 있다. 그런데, 다른 팀원들의 아이디어가 하나씩 채택되어 안으로 만들어진다면. 온 지 일주일 된 인턴분 아이디어가 메인으로 걸렸다면. 그 사실을 생각하면 자괴감이 든다.


짧은 생 비교는 말라는 책을 그리도 읽었는데 마음은 여전히 바닥에 있다. 내 아이디어가 메인으로 팔린 적이 있다. 이 피티에선 내가 돋보이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도 아는데. 팀에 기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추가적 제안도 다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힘들다.


시디님은 쳐진 나를 알았는지 내일 다른 건을 같이 작업하자 하셨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지도, 지금의 실패가 계속되지도 않는다는 점을 아는데도 카피로서 회의감이 든다. 카피는 쓸 수 있다. 근데 카피는 그것만 하는 게 아니다.


안을 만드는 게 힘들다. 영상을 생각하며 이미지를 붙이는 작업이 힘들다. 나름 영화도 드라마도 많이 보았는데. 아이데이션도 풍부하게 하기 어렵다. 고작 4개월 차 카피가 광고계를 씹어먹을 것처럼 활약하길 기대하는데 웃기지만, 나는 항상 더 잘하고 싶다.



그만 다그쳐야 하는데. 그만 비교해야 하는데. 일희일비 그만해야 하는데. 나는 일을 잘하지 않아도 날씬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가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싶다.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의 저자처럼 내면에서 긍정적인 메시지가 흘러나오도록, 오늘은 명상을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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