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이라는 말이 처절하게 공감된다. 내게 허락된 30시간의 자유 중, 3시간을 원치 않는 곳에 써야 한다. 이번주 내내 피곤해 9시면 잠들었다. 지금도 하품을 몇 번째 했는지 모르겠다. 오늘 교회에 간다. 교회는 어릴 때 친구 따라 간 게 전부인데 썩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다. 나는 가톨릭인 할머니 밑에서 커, 영어이름을 할머니가 주신 세례명으로 지었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갑작스럽게 잡힌 식사 자리에서 부장님은 나에게 침례를 권하기까지 했다. 험한 세상 믿음 없이 어떻게 살아가냐고, 하나님을 믿어야 한다고 그렇지 않으면 지옥에 간다고 했다. 믿음생활 안에서 남편도 만나고 자식도 낳아 기르니 너무 좋다고 후회하지 않는단다.
나는 고집이 있어 그런지 내가 하기 싫은 일을 하면 몸에서 거부반응이 심하게 나타난다. 체온이 올라가고 식은땀이 나고 숨이 가빠진다. 공황 증상처럼 심해지다 눈물까지 난다. 싫다. 내가 원하지 않는 걸 하는 게 싫다. 한 적도 별로 없다. 하지만 철저한 을의 입장에서, 영주권 스폰을 받는 병의 입장에서 나는 교회에 가야만 한다. 서럽다. 돈 없어서 어디 가지도 못하고 박살난 주식 그래프만 쳐다보는 내가 서럽고 나는 사실 원하는 게 많은 사람은 아닌데. 그냥 여기 살면서 소소하게 벌어서 웃고 일하고 그거면 되는데, 그걸 이루기까지 너무 많은 고비를 넘어야 한다는 게 화가 난다.
어쩌겠냐, 내가 선택한 삶인데 버티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