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같은 인턴 신분으로 온 사람들을 만나 해변에서 시간을 보냈다. 눈물 없인 들을 수 없는 이야기가 많았다. 해준다고 해놓고 차일피일 미루는 영주권, 영주권 비용을 개인이 다 부담하게 하는 회사, 서류상으론 월급을 올려주곤 차액을 뱉어내라고 하는 회사, 면접때와 말이 180도 달라지는 회사 등. 지칠 대로 지쳐 한국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멋모르고 온 미국, 이것저것 따졌더라면 여기 있지 않았을 것이다. 이끌려서 왔고 현실을 마주했다. 힘든 점도 많지만 이 나라에 살고 있다는 게 감사하다. 파란 하늘이 좋고 스몰토크가 좋고 have a good one 인사가 익숙해졌다. 개인의 바운더리가 있고 그것을 침범하면 얄짤 없는 것도 마음에 든다. 두 번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관계를 지속하지 않아. 내 루틴을 방해하는 연애는 싫어. 이 부분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과는 교류하지 않아. 나와 생각이 다르네? 그래, 난 너를 존중해. 너를 바꾸려고 하지 않아.
기차역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면 항상 마주치는 아저씨가 있다. 저번에 아빠와 통화를 하면서 걸어갔는데 "안녕하세요" 인사를 하는 게 아닌가. 한국인 동료와 일하고 있다고 하는데 발음이 꽤나 정확했다. 한 번은 서점에 갔는데 옆 사람이 말을 걸었다.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개인 사업을 한다고 한다. 이민자로서의 고충을 나누다 보니 처음 만난 사람인 것도 잊고 대화에 빠져들었다. 미국은 내가 네게 해가 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 마주치면 웃음을 나누고 친근하게 행운을 비는 것 같다. 뒷사람이 내 어깨에 핸드폰을 올려놓고 영상을 볼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가는 서울 지하철, 그래도 나는 옆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다. 화창한 날씨 온화한 기온 싱그러운 미소가 색다르다. 미국이 좋다. 요즘 깨닫는다. 사는 건 꽤나 즐겁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