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 그랬다면 말이지

가정은 저주일지도

by 돌멩리

라라랜드를 보았다. 요즘 읽는 책에 나왔기 때문이다. 흥행한 영화라는 건 알고 있었다. 엔딩이 쌉싸름하다고도 했다. 그래. 그랬다.


라라랜드 포스터


색감이 무척 좋았다. 여주인공이 입는 옷들은 전부 마음에 들었다. 그리피스 천문대가 나왔을 땐 반가웠다. 내가 갔을 땐 저렇게 고즈넉하지 않았던 것 같은데. 영상을 짧게 치는 게 마음에 들었다. 글이든 영상이든 '얼마나 보여줄 것인가'가 핵심이다. 관객에게 떠먹여 주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해석의 문을 과하게 젖히는 영화도 있다. 나는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책이 좋다.


불행해지고 싶다면 '만약에'를 생각하면 된다. 이때 땅을 샀더라면. 주식을 팔았더라면. 공부를 했더라면. 사랑한다고 말했더라면. 심리학에서는 이를 'counterfactuals'라고 부른다. 한때 가능은 했지만 일어나지 않은 대안적 사건에 대한 생각을 뜻한다. 내가 비행기를 놓쳤다고 가정해보자. 20분 늦었고 비행기는 정시에 출발했다. 별로 아프지 않다. 만약 비행기가 17분 연착되었다 출발했다면 나는 뼈저리게 후회할 것이다. 대안적 사건이 더 가까이 있기 때문이다.



출처는 이미지에.



counterfactual은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counterfactual은 부정적인 결과일 때 자주 일어나며 항상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반응 속도도 빠르다.


주인공의 '만약에'는 슬프다. 내가 공연을 보러 갔더라면. 투어를 가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함께할 수 있었을까. 아무도 모른다. 그게 정답이다. 후회는 하되 지나치게 빠지지 않아야 한다. 나도 어렵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고 간절히 바란 적이 있다. 불행이 정상처럼 느껴져 의식적으로 행복을 거부했다. "그러면 좀 마음이 나아져요? ㅇㅇㅇ씨는 어떻게 애도하는지 잘 모르는 것 같아요." 나를 다정한 시선으로 봐준 두 사람 덕에 출구의 윤곽을 찾았다. 아직 완전히 빠져나왔다고는 못하지만, 적어도 내가 행복해질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건 안다. 그거면 된 것 같다. 지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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