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보이면 무조건 들어가는 곳이 있다. 우리에게 안정과 설렘을 동시에 주는 곳이다. 들어간 후에는 각자 두 권, 아니 세 권만 고르자고 약속을 하지만, 다시 만나면 한 아름 안고 있는 것을 보며 서로 웃음을 터뜨린다.
우리는 서로 읽고 싶은 책을 고른 후 상대가 고른 것을 먼저 읽는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고 남의 책이 더 재밌어 보이나 보다. 이것도 내 나무가 고른 책이다. 정작 자신은 무슨 내용인지 모르고 골랐다고 하는데, 나는 자기 전 한 챕터씩 읽는 것이 너무 좋았다.
모든 것은 예상한 것보다 덜하다. 아침 출근도, 제안서 작업도, 방을 치우는 것도 내가 예상하는 것보다 덜 힘들다. 힘들게 하는 것은 그것에 대해 생각하는 일이다.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시간은 흐르고, 온 마음을 다해 일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끝나 있다.
"이 하나를 뽑기 위해 치과에 가는 것은 여간 번거로운 일이 아니에요. 그런데 내 손으로 이를 뽑기로 마음먹었을 때는 아직 아프지 않아요. 펜치를 빌리기 위해 작업장으로 걸어갈 때도 아직 아프지 않아요. 펜치를 손에 집어 들었을 때도 아직 아프지 않아요. 펜치 끝으로 이를 잡았을 때도 아직 아픈 것이 아니에요. 펜치를 꽉 움켜쥐고 힘껏 이를 뽑는 순간 아픔이 느껴지지만, 그것도 몇 초일뿐이에요. 일단 이를 뽑고 나면 그다지 아프지 않아요. 아픔이 느껴진다고 해도 단지 5초에 불과해요. 그것이 전부입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3장) - 아잔 브라흐마
알면서도 잊어버린다. '그 일 자체'에만 마음을 쏟기가 힘들다. 고등학생 시절, 무거운 몸을 일으키기 5분 전부터 일어나고 난 뒤 해야 할 일을 시뮬레이션하곤 했다. 방을 걸어 나와 화장실에 들어가 머리를 감고 수건을 말고 밥을 먹고 머리를 말리고... 알람이 울리고 나면 그것을 똑같이 반복했다. 한 번 할 일을 두 번 하면서 더 지쳤다.
'어떤 장소든 당신이 그곳에 있기를 원치 않는다면, 아무리 안락하더라도 당신에게는 그곳이 감옥이다. 그곳에 있는 것에 만족할 때 당신은 자유롭다. 진정한 자유는 욕망으로부터의 자유이지, 욕망의 자유가 결코 아니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8장) - 아잔 브라흐마
당신은 당신이 처한 상황에 만족하는가? 당신이 하는 일이 즐거운가? 내 직업만족도는 아주 높다. 허나 나도 욕망하는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잠이다. 나는 밤이 두렵다.
무언가를 온전히 책임져야만 할 때, 사람들은 두려움을 느낀다. 시험 결과, 누군가의 인생, 나만 바라보는 네 발, 혹은 두 발 짐승. 나의 경우에는 밤이다. 밤은 오로지 나 혼자만의 것이다. 누구도 나를 도와줄 수 없다. 잘 자고 싶다. 고요히 잠에 들어, 중간에 깨지 않고 개운한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 그게 잘 되지 않는다. 나는 밤이 무섭다.
자기 전 23시 30분, 해당 구절을 보며 느끼는 바가 있었다. 내 처지에 만족해야 한다. 욕망의 자유가 아니라 욕망으로부터의 자유를 이뤄내도록 해야 한다. 나는 7-8시간의 평안한 잠을 욕망하는 것을 포기한다. 나는 현재 상태에 만족한다. 자연히 불면의 밤도 짧아지리라 믿는다.
'당신의 미친 마음과 싸우는 대신 그 마음을 평화롭게 대하라. 그 자비의 힘은 너무도 크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짧은 시간에 마음은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온순하게 그대 앞에 서게 될 것이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4장) - 아잔 브라흐마
매일 가슴에 새기는 말이다. 누군가가 미워질 때마다 내 키 높이만큼 커진 미움을 생각한다. 그래, 상대도 무슨 이유가 있었겠지. 그 사람에게 악의는 없었어. 이해해. 피곤하면 그럴 수도 있지. 미움이 어깨 높이만큼 온다. 나는 종교적인 깨달음을 얻은 현자가 아니다. 나도 화가 날 때가 있다. 내 마음을 보호한다는 전제 하에 사람들에게 자비를 베푼다. 내 감정은 무조건 옳다. 무조건 내 감정을 우선시해야 한다.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면 자연히 상대도 이해하게 된다.
'만일 그것이 당신의 가슴에서 나온 말이라면, 그때 그 사람은 당신의 사랑에 부응하기 위해 더 나은 인간이 되려고 노력하고 더 높이 비상할 것이다. 결코 밑바닥으로 추락하지 않을 것이다.'
술 취한 코끼리 길들이기: 몸, 마음, 영혼을 위한 안내서 (2장) - 아잔 브라흐마
나무가 초록빛 풀밭에서 손을 꼭 붙잡고 이야기했다. 허공을 바라보는 그의 눈이 유난히 출렁였다. 그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무엇을 해줘야만 받는 조건적인 사랑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사랑. 그것을 줄 수 있어야 받을 수도 있다고, 자기는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대상을 찾고 있었다고, 그런데 이제 찾은 것 같다고. 해가 져 청록색으로 변한 주위와 향긋한 풀내음 아래, 그는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아잔 브라흐마도 무조건적인 사랑을 이야기한다. 그는 그 말을 들은 상대가 사랑에 부응하기 위해 더 발전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맞았다. 나는 매일 비상한다.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으며 꾸준히 쓴다. 내 나무가 초록빛 산소를 전해준 순간을 나는 잊지 못한다.
이 책을 계기로 불교 서적에 발을 들였다. 고맙다. 모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