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인간은 어디로 가나요

나를 보내지 마

by 돌멩리

09.16


Never Let Me Go 표지


이 글에는 책 '나를 보내지 마'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복제인간은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들의 장기가 적어도 다섯 번은 계속 자라고 그럴 때마다 수술을 거쳐야 한다는 것, 한정적인 공간에서 살아가고 '사랑'을 하더라도 결국에는 헤어져야 한다는 것, 모든 것이 정해져 있으며 운명에 저항할 수 없다는 점만 제외하면 그렇다. 인간은 던져짐을 당해 이 세상에 나타났고, 그들은 장기 기증이라는 '목적'을 가지고 만들어졌다.


정정하겠다. 그 모든 것을 제외하면, 그들은 인간인가? 아니면 외계인인가? 기계인가? 토미는 그림을 그린다. 캐시는 감정을 느낀다. 루스는 자신의 뿌리에 대해 고민한다. 그들도 '기억'한다. 그렇다면 그들은 인간인가? 아니면 누구인가?




'나를 보내지 마'는 성장소설(bildungsroman)의 전형을 따르고 있지 않다. 주인공이 반항을 꿈꾸지 않고 현 체제에 순응한다는 점, 대항하는 '적'이 없다는 점 등이 그렇다. 당신이 사회의 포식자라면 암이 생겼을 때 복제인간으로부터 장기 기증을 받지 않겠는가? 복제인간의 시점에서 소설은 한 편의 비극이지만, 사회의 주류 입장에서는 유토피아가 따로 없다. 진시황도 얻지 못했던 영생을 누릴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다.


복제인간이 수술 후 회복할 수 없을 경우, 몸이 벌려져 장기를 적출당한 후 그냥 그렇게 버려진다. 더 이상 얻을 것이 없기 때문에 그들은 가치를 잃어버렸다.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복제인간은 쓸모를 다하면 버려지는데, 망가진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마음이 녹슬고 삐걱거리는 인간은 대체 어디로 가야 하는가?




무너지는 날이 있다. 분명 괜찮았는데 바람을 견디는 잔가지처럼 속절없이 휘청거린다. 아무도 내 고통을 덜어가지 못할 것 같다. 미래가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


울면서 말했다. "나는 망가져 버렸어." 살아남으려면 멀쩡해야 하는데, 아니면 그런 척이라도 해야 하는데. 우르르 무너지는 날이 있다.


멍한 머리로 생각한다. 망가진 인간은 어디로 가는가. 어디로 가야 하는가. 망가져 버린 인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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