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했어
어제 첫 아이디어 회의를 했다. 완벽하게가 아니라 무조건 개수를 많이 가져오라고 하셨기 때문에(완전하게 2-3개 가져오는 건 3년 차 이상 되어야 가능하다고 하셨다) 20개가량을 들고 갔다.
사수님이 아이디어를 깠는데(*업계 용어로, 내보이다는 뜻이란다) 생각지도 못한 포인트로 질문을 많이 받아서 내 순서가 올 때 긴장했다. 시디님은 응, 응 하면서 들어주시고 피드백을 시작하셨는데 내 아이디어 무려 6-7개를 사셨다.
오늘인 그다음 날, 퇴근길에
이런 메신저를 주셔서 뿌듯했다. 카피는 너무 어렵고 심오했는데 첫 스타트를 잘 끊은 것 같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면서 광고쟁이들을 더욱 존경하게 됐다. 친구가 우스갯소리로 ‘네 좋은 머리로 광고를 업으로 삼다니’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요즘 느낀다. 광고는 정말 똑똑한 사람들이 하는 거다. 그래서 어떻게 저들의 발끝이라도 따라갈까 감탄하고 생각한다.
전환형 인턴은 참 잔인한 시스템이다. 인사팀에서 전환형 인턴에서 탈락한 사람은 2년에 한 명 있다고, 탈락해도 3개월 기회를 더 준다고, 우리 그렇게 매정한 회사 아니라 했을 때 믿고 좋아했다. 그런데 요즘은 회사 사정에 따라 to가 달라지다 보니 100% 신뢰하기가 쉽지 않다. 사원증도 받고 제한 없이 모든 프로젝트, 데이터베이스에 접근하는데 그게 한여름밤의 꿈이라니, 못 견딜 것 같다. 그래서 칭찬에도 겸손하게 된다. 더 잘할게요. 더 노력할게요. 온전히 뛰고 좋아할 수 없다. 무수히 들었던 말이지만, 나는 나 자신에게 가혹하다.
엄마는 내가 어떤 칭찬을 들으면 “그거 다 예의상 해준 말이야” 했다. 한순간 나는 거짓말에 속은 비참한 사람이 됐다. 이젠 그런 생각 하지 않기로 했다. 의사 선생님 말대로, 칭찬은 누군가 마음을 담아 해주는 말이다.
퇴근길 시디님이 폭탄 돌리기 했던 명절 한과세트를 품에 안고 가면서 쓴다. 행복하지만 불안하고 뿌듯하지만 불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