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이 정도로 힘든가요? 네.
2주는 2년이었다. 22(토) 14시부터 20시. 24(월) ~ 27(목) 14시부터 24시. 28(금) 오후 12시부터 아침 7시. 29(토) 16시부터 22시. 30(일) 오후 12시부터 새벽 5시. 월 화 수 목 12시부터 오전 12시.
PT는 상상 이상이다. 워낙 빡빡한 스케줄이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새벽 5-6시에 퇴근하고 7시간 후 다시 출근. 또 새벽까지 달리고 다시 출근. 하루는 내가 여기 왜 앉아있나, 나는 무엇을 위해 이러고 있나, 생각에 눈물이 났다. 화장실에서 입을 막고 통곡했다. 안정제도 소용없었다. 사수가 눈치를 채고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그날은 혼자 퇴근했다.
이제야 숨을 돌린다. 비보를 들었을 때도 괜찮죠? 후 또 일에 매달렸다. 아무도 갈 수 없었을 거다. 일을 하고 있었으니까. 시디님은 황망하다고 고백했다. 사수는 잠이 안 온다 했다. 학교에서도 몇 명을 떠나보냈다. PT가 끝나고서야 실감이 난다. 이태원은 나무와 내가 처음 만났던 곳이었다. 그곳이 좋아 내가 약속 장소를 정했다. 너무나도 익숙한 곳에 다시는 가지 못한다.
카피 쓰는 건 즐겁다. 부끄럽지만 나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칭찬을 많이 들었다. 근데 카피라이터가 카피만 쓰는 건 아니더라. 모델 의상도 오브제도 영상 그림도 표현 방식도 전부 고민한다. 레퍼런스 찾기가 힘들다. 그래서 트렌드에 민감해야 한다. 나중에 어, 이런 식으로 하면 되겠다! 하려면 이전에 본 것이 있어야 하니까. 영화든 드라마든 책이든 뮤직비디오든 끊임없이 눈에 넣고 공부한다. 사수는 유튜브, 인스타그램을 운영하고 밀리의 서재를 구독해 책을 읽고 메모한다. 구독자 수도 많다. 나에게 책을 빌려주기도 했다.
광고를 보려고 유튜브 프리미엄을 해지할까 고민 중이다. 이사 가면 티비도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오직 꾸준함과 발견만이 발전을 부른다.
되도록 쉽게 쓰려고 한다. ‘제공하다’와 같은 한자어도 카피에 쓰면 어색하다. 주다, 받다와 같이 명료하고 간단한 걸로. 비교를 쓰려면 비교대상을 확실하게 대구를 지켜서. 카피플로우는 팩트카피를 넣어 확실하게 마무리. 이번 피티에 내가 쓴 카피가 들어갔다. 이럴 땐 확실히 뿌듯하다.
어떤 사람은 고양이가 욕심 없는 눈을 가졌다 했다. 우리 야리는 진주처럼 반짝이는 호기심 많은 눈을 가졌다. 엄마 아빠가 뭘 먹으면 자기도 입에 넣어야 직성이 풀리고. 밖에 나갔다 오면 냥냥 거리며 억울함을 토로하기 바쁘다. 야리를 보고 안정을 찾는다. 나와 나무가 자기 세계의 전부인, 사냥놀이와 먹고 자고 누고가 인생의 전부인 내 사랑스런 아기. 야리의 다양한 표정을 감지하면서 오늘도 웃는다.
상실을 감당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부디 그곳에서는 자유롭고 편안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