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크람 요가 구루의 두 얼굴

죄값을 치르지 않는 범죄자

by 돌멩리
눈에 띄는 predator




처음에는 볼 생각이 없었는데, 세실 호텔 실종사건을 다룬 다큐를 10분 정도 보다가 너무 섬뜩해서 이걸로 갈아타게 되었다. 내용은 간단하다. 저 비크람이라는 사람이 미국 캘리포니아 베버리힐즈에서 핫요가로 유명세를 떨치고, '비크람 요가 스튜디오'라는 체인점을 내기 위해 가르칠 강사들을 모집한다. 9주 동안 호텔에서 합숙하면서 요가를 배우는데, 수강료가 어마어마하다.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만만한 가격은 아니었던 것 같다.

사람들이 요가를 할 때 대부분 수영복이나 속옷만 입고 하고, 저 사람도 다 벗고 삼각 팬티만 입고 강의한다.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비크람에게서 무슨 chemistry를 느꼈다고 얘기하는데, 저 사람이 언변술도 있고 대중을 장악하는 힘이 있어서 그에게 매혹된 것 같다. 넷플릭스의 또 다른 다큐인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많이 등장한다. 오쇼는 비크람의 더 똑똑하고 교활한 버전이다. 그는 진짜 '유토피아'를 짓기 위해 미국 한 마을을 완전히 장악한다. 당연히 원래 주민들과의 갈등이 있는데, 수로 밀어붙인다. 수가 더 많으니 시장도 라즈니쉬교 사람들이 하고, 지구대도 그 종교 사람들이 맡는다. 총을 들고 마을을 순찰하니 원래 주민들은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비크람에게 요가를 배우러 모인 사람들은 뚜렷한 목표가 있다. 수업을 완수하고 자기 요가 스튜디오를 차리는 거다. 그들은 그것이 비크람의 허락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고 있고, 비크람에게 어떤 면에서 종속되어 있다. 그러다 일이 생긴다. 비크람이 여성 교육생들을 자기 방으로 불러 마사지하게 하고, 새벽에 발리우드 영화를 같이 보자고 하다 억지로 추행하고, 성폭행까지 하는 일이 벌어진다. 피해자는 9명 이상이다.

이 다큐를 보며 '권력'에 대한 생각을 했다. 일반 사람들은 절대 이해하지 못한다. 나도 완전히는 모른다. 요가 수업을 들은 사람들이 입 맞춰 얘기하는 '그' 느낌. 그가 자신의 모든 걸 이해해주고, 괜찮다고 말해주고, 자신에게 무조건적인 지지를 해준다고 느꼈다고 한다. 당연히 그에게 '특별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사람들에게, '왜 그때 도망치지 않았지?' '왜 빠져나오지 않았지?' '왜 바로 신고하지 않았지?' '왜 다른 사람들에게 즉시 알리지 않았지?' 라는 말은 의미가 없다. 그 상황에 처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가정폭력 피해자들이 왜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가? 왜 폭력으로부터 도망치지 않는가? 경제권을 쥐고 있는 남편, 학습된 무력감, 가스라이팅, 사회적 지위, 아이들.. 등 정말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제삼자가 그 상황에 대해 함부로 재단하는 것은 무척 경솔한 행동이다.

미국 상담사는 내담자와 sexual relationship, 즉 성적 관계를 맺지 못한다. 맺으면 불법이다. 상담심리학회에서 징계를 받고 제명당할 수 있다. 왜 그럴까? 내담자는 정신적으로 불안정한 상태이며, 상담사에게 심적으로 의지하기 때문이다. 어른 둘이서 성관계를 맺었다고 해도, 'mutual consent'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이를 엄격하게 금지한다. 전 내담자와 성관계를 맺는 것도 안 된다. 상담 종료 후 최소 5년이 지나야 가능하다. 이 내용을 배우면서 매우 신기했다. 그렇게 '자유'를 중시하는 나라에서, 상담사와 내담자가 사귀고 성적인 관계를 맺는 걸 금지한다는 게 충격이었다. 내담자 보호 차원에서 제정되었다는 것도 놀라웠다. 심리 상담에서, 내담자는 상담사를 미화하고 의존하게 된다. 그것을 애정, 혹은 사랑으로 착각하는 것도 매우 빈번하다. 내담자는 상담사가 요구하면, 혹은 은근히 유혹하면 바로 넘어가게 된다. 유약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최근 발생했던 성추행/성폭행 사건들. '권력형 성폭행'이라고 불리는 그 사건들도 이와 관련이 있다. '그냥 벗어나지 그랬어?' '왜 몇 년이 지나서야 신고한거야?' '증거가 어디 있어?'라는 말은 정말, 정말 조심해야 한다. 나는 함부로 내뱉어 타인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결국 자신에게 되돌아온다는 걸 믿는다. 피해자는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는 상태에 있다. 이 다큐에 등장하는 피해자들도 그랬다. 강간을 당하고 나서, 비크람에게 다가가 이마에 키스하며 'good night'이라고 말하고 자기 방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왜 성폭행범 이마에 뽀뽀하고 잘 자라고 말하는가? 하지만 그 상황에서는, 소위 말하는 '합리적인 판단'이 되지 않는다.

성폭행/성추행 사건에 대해 모두 말을 조심했으면 한다. 우리는 모든 정황과 사실을 다 알지 못한다. 모든 증거는 법원에 있다. 우리에게 알려지는 건 일부분이다. 결과에 동의하든 동의하지 않든, 우리는 사법 절차에 따라 유/무죄를 판가름한다. 그게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가장 민주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만약 판결이 유죄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인종을 바꾼다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