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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난 돌멩이 Mar 27. 2023

[엄마가 된다는 것] 태몽

우리 아가는 어떤 아가일까?

  병원에 가도 보이지 않을만큼 콩만한 우리 아가는 어떤 아가일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아가가 생긴 것을 처음 알린 곳은 엄마였다. 당연히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나를 보며 "아침 먹고 가야지."하며 옆에 있었기에 처음으로 알게 되었고, 다음은 남편이었다. 그 다음은 아빠였다. 사실 엄마는 "아가는 천천히 가지자~ 너 해야할 일도 많은데... 그리고 너희들 따로 살고 있잖아."하며 천천히 아가를 가지기를 원했다. 엄마는 첫 손주도 갑자기 받아들였기에 두 번째 손주도 천천히 받아들이고 싶었나보다. 엄마의 첫 손주는 오빠네가 신혼여행을 갔을 때 바로 생겼다. 그 때도 엄마는 "천천히 아가를 가져라. 새아가가 해야할 일도 있고 공부도 끝내지 않았는데.. 천천히 가지도록 해야지."라고 했다. 그런데 첫 손주의 태몽도 엄마가 꿨더랬다. "아이고~ 꿈이 자꾸 태몽인데.. 너희들 혹시 아기 생긴 건 아니지?" 오빠는 처음에는 아니라고 했다가 며칠 후 아빠가 되었다고 이야기 하였다. 엄마는 나에게도 똑같이 이야기 했다. "자꾸 엄마가 태몽을 꾸네. 너 임신한 거 아니지?" "무슨 소리야? 당연히 아니지~ 우리 천천히 가질 거야. 여행도 가야하고.. " 그런데 그 날 아침 "꺄~~~~~~~"라는 소리에 엄마는 알게 되었다. 처음 우리 아가는 솔직히 환영받지 못하였다. 


  엄마 준비가 되지 않은 나와 아빠 준비가 되지 않은 남편, 할머니 준비가 되지 않은 우리 엄마, 아무 생각 없는 우리 아빠. 그럼에도 엄마는 "내가 태몽을 꿨는데.... 엄마가 밭에 갔다가 고추를 따고 있었지. 근데 커다란 고추 3개를 남기고 '이건 우리 딸 줘야겠다.'라고 하고는 돌아왔어. 아무래도 태몽 같더라고." 하며 본인이 꾼 태몽이야기를 해 주었다. 주워 들은 내용이지만 고추 태몽을 꾸면 전문직이 된다며 옆에서 다른 친구가 이야기도 해 주었다. 좋은 건 믿고 나쁜 건 걸러내야 하는 엄마였기에 나는 열심히 좋은 내용만 주워 담았다. 


  다음 날,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야~ 나 할 얘기가 있는데...." 친구는 "너 임신했지?"라고 이야기를 한다. "잉? 어떻게 알았어?" "안 그래도 내 꿈에 니가 나왔는데 니가 임신해 있었어." 내 친구는 예지몽을 꿨나보다. 내가 임신해 있었고 그 꿈을 꾸자마자 내 생각이 났더랬다. 그런데 내가 전화를 하고 나는 친구에게 나의 임신 소식을 전했던 것이었다.  


  그 날 오후, 다른 친구가 전화가 왔다. "야~ 나 너의 태몽꾼 거 같은데..." "무슨 소리야?" "아니~ 내가 커다란 독에 거북이를 넣어두고 쳐다보면서 '이건 너 줘야지.'라고 생각하고 있었어. 그 거북이 니 애기 같은데..." 


  나는 꾸지도 않은 태몽을 꿔준 사람이 많다. 나도 모르는 사이 우리 아가는 사람들에게 환영 받고 있었나보다. 내가 태몽을 꿔주지 못해 미안했는데 친구들과 엄마가 꿔주어 그저 고마웠다. 남편과 나는 언제나 푹~ 즐겁게 잠을 잘 잤기에 우리 아기에 대한 꿈은 꾸지도 못했다. 


  아가가 생기고 며칠 사이 아가를 축복해 주는 사람들이 생겼다. 그 덕분에 내가 참 잘한 일을 한 사람이 된 것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긴 연애 속에서도 둘이 가본 여행이 거의 없었기에 너무나도 기대하고 있었던 8월의 유럽도 '언젠가 꼭!'이라는 마음과 '둘이 아닌 셋이서'라는 마음으로 다시 설레이기 시작하였다. 내 뱃속에 찾아온 고마운 아가 덕분에 나는 가만히 있어도 축복받은 존재로 느껴졌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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