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늘 좋지만은 않다
사람과 사람을 매일매일 마주하면서 나와 비슷한 사람, 나와 잘 맞는 사람도 만나지만 나와 맞지 않는 사람, 나와 다른 사람도 많이 만난다. 나는 내향적인 사람이지만 사람들은 내가 외향형인 줄 안다. 성격 검사를 하면 늘 나는 에너지가 내 속을 향해 있는 사람인데 사회생활 20년에 나는 어느새 다른 사람을 속일 수 있을만큼 외향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나자신은 사람들과 만나고 나면 힘들고 피곤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데 사람들은 나에게서 밝은 에너지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물에 떠 있기 위해서 물 속에서 수만 번의 물장구를 치는 오리들처럼 사람들과 함께 있는 나는 나를 숨기고 사회생활을 하는 나를 내 보이며 수만 번의 물장구를 치고 있다. 다행인 것은 나의 노력이 다른 사람에게 자연스럽게 보인다는 것, 다른 사람들이 그래도 나로 인해 좋은 에너지를 받는다는 것이다.
이건.... 나를 위한 다행인가? 나는 나에게도 긍정적인가?
나는 항상 나에게는 혹독해 왔다. 그래서 나에게는 채찍질하고 속으로 반성한다. 다른 사람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에는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면서도 내가 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완벽하지 못했음을 꾸중해왔다. 나는 나를 정작 사랑해 왔는가? 나는 내가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고 보니... 나는 나에게 가장 나쁜 사람이 아니었나 싶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나에게 사람이 없는 순간을 만들어 주기 시작했다. 사람들은 밝은 성격임에도 왜 사람을 안 만나는지 궁금해 했다. 사람들과 약속을 정하기 위해서는 이틀의 시간 동안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인가?'를 고민해야 했고, 모임이 생길 때에는 일주일 이상 고민을 해야했다. 모임은 한 번 생기면 내가 쉽사리 빠져나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나에게 소중한 사람은 가족과 어릴 때부터 알아온 몇몇 친구들이다. 이들을 만나면 나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나의 모든 것이 이해되는 관계이다.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불편한 마음이 남는다.
'이들은 나에게 무엇을 원하는가?'
'이들은 나에게 진심인가?'
안해도 되는 생각을 하면서 이들과의 관계를 생각하곤 한다.
나이가 들고,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나는 나에게 사람이 없는 순간을 만들어 주고 있다. 퇴근하고 집에 와서는 나만의 시간이다. 누구도 만나지 않고 나만의 시간을 가진다. 듣고 싶은 음악을 듣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보고, 쓰고 싶은 글을 쓰고, 읽고 싶은 책을 읽는다. 그리고 내가 그리워 했던 엄마의 목소리, 아빠의 목소리, 오빠의 목소리를 듣고, 나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주말에도 사람을 만나는 건 늘 싫다. 그래서 또 혼자의 시간을 만든다. 이틀이라는 긴 시간동안 지루할 것 같지만 단 한 번도 지루했던 적이 없다. 사람이 없어서 내 뇌가 다른 사람을 위한 생각을 하지 않아도 되는 동안 나는 온전히 내가 되는 느낌이다. 내가 하고 싶은 것, 내가 생각하고 싶은 것, 내가 보고 싶은 것, 내가 듣고 싶은 것을 하고 있는다. 누구의 마음에 맞는 말을 생각하기 위하여, 누군가에게 어떻게 보일지, 누군가에게 어떻게 들릴지, 누군가가 나를 어떻게 생각할지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마흔이 넘어가면서 다른 사람의 생각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미움 받을 용기'도 있었다. 하지만 살아온 나날들에 대한 습관들은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아닌가 싶다. 20대, 30대 때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나는 '미움 받을 용기'가 조금 부족하다. 최근 심리 검사를 하였는데 나는 그런 성향으로 태어났단다. 걱정도 많고, 변화를 무서워하고, 성취지향적인 사람,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그래서 내 학창시절은 늘 힘들었다. 다음 날이 시험인 날은 잠을 자지 못했다. 내가 다 안다고 생각이 들어야 자는데 잠을 잘 수가 없는 것이다. 공부에 끝이 없다는 걸 몰랐던 건지... 그렇게 나이가 들면서 스스로 완벽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 포기라는 것을 알고 살았지만 여전히 나는 어렵다. 나를 내려 놓기가... 상담 선생님은 타고난 성향은 그러하지만 내가 나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왔음도 검사 결과에 나타나 있다고 하였다.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난 나를 바꾸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여 나이가 마흔이 넘으니 타고난 성격보다 만들어진 성격이 더 드러난다는 것이 참 슬펐다. 나는 그렇게 살아 왔구나. 힘들게.. 노력해 가면서.. 그런데도 늘 스스로를 혼내 왔구나. 그래서 주는 것이 지금의 '혼자의 시간'이다. 정말.. 고생 많았다. 내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