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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Oct 26. 2023

DAY 11. 달 <늑대 인간>

written by. ED



달이 차오를 때마다 바뀌는 늑대로 변하는 사람을 아는가? 그게 바로 나다. 둥근 보름달이 차오를 때마다 나는 변한다. 나 자신이 누군지 알 수 없게 되어버리고, 어디론가 떠난다. 모든 게 변한다. 자정, 모든 게 끝이다. 피를 흘린다. 바닥으로 흐르는 피를 보면서 흐느낀다. 오로지 슬픔과 분노만을 느낄 수 있다. 그 외에 다른 감정은 없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도 없는 늑대 인간이다. 그저 피를 흘리고 있는 나약한 늑대 인간이다. 누군가에게 잡혀가 연구대상감으로 해부당하거나 개조당할 수 있을 정도로 나약하다. 달은, 그저 차오르고 피는 계속 흐른다. 어떻게 할 도리가 없다. 늑대 인간으로 태어났으므로, 거절할 권리가 없다. 권리라는 게 있을까? 모든 것에 권리가 없다. 태어났으므로, 살아가는 것처럼, 달이 차오르면 피를 흘리고, 옷이 찢기며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 게 제일 쉬운 방법이다.


 자신을 찾고 싶다면, 늑대 인간으로 변하고 싶지 않다면 무던히 노력해야 하는 데 그렇게 노력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다. 그것 또한 괴로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피를 흘리는 쪽이 더 쉬운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육체와 정신의 고문. 무슨 의미가 있을까. 어떤 사람에겐 정신적인 고문이, 어떤 사람에겐 육체적 고문이 더 괴로울 수도 있겠다. 육체는 닳고 없어지고 차라리 한 번에 죽었으면, 짤막하게 아픈 것보단 그저 짧고 굵게 살다 갔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고 정신적으로 이렇게 오래 살길 바라진 않았기 때문에. 서른 살이 넘도록 살아가면서 오래도록, 정신적인 고문을 겪으면서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말하자면 그렇다. 물론 육체적 고통도 만만치 않다. 모든 고통들이 나를 만들었다. 모든 것들이 나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나는 누구인가. 또 달이 뜨면 나는 내가 아니게 되므로, 나를 잃어버리고, 나는 나의 기억들을 어딘가에 저장해두어야 한다. 그렇다면 어디로 저장해 둘 것인가? 어차피 사라지는 기록들이며, 먼지와도 같은 기록들인데, 그럼에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면서 의미가 있다고 말하는 영속성. 나의 영속성. 나라는 존재는 영속될 것인가.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별거 없다. 아무것도 없다. 그럼에도 쓰고 또 쓰고, 변한다.


 달이 차오를 시기가 다가오고 느껴진다. 몸이 불길하게 느껴지고 피가 차오른다. 나는 열 대번은 더 혼나곤 했다. 본인이 변하는 시기도 모른다고 여러 번 혼났다. 관심이 없다고 혼났다. 내 몸에 관심이 없고, 나에게 관심이 없고,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혼났다. 왜 그러냐고 이유가 없다고 혼났다. 왜 혼나야 하는지도 몰랐고, 왜 사과해야 하는지도 몰랐다. 왜? 항상 왜?라는 물음표를 달고 살았다. 여전히 달고 살고 있다. 나는 왜?라는 물음표 없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이다.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알려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모르고, 내가 누구인지조차 매일매일 까먹기 때문에. 매일 살아가는 것도 벅찬 사람이기 때문에. 특히 달이 차오를 때면 더더욱 나 자신을 잃어버리기 때문에 내가 누군지 알려주어야 하기 때문에 달고 살아야 한다. 왜?라는 말을. 왜, 왜, 왜? 도대체 왜, 나는 피를 흘리는가.


왜 나는 나 자신을 잃어버리는가. 도대체 왜, 나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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