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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Oct 29. 2023

DAY 13. 헤엄친다 <새파란 불꽃>

Written by. ED

나는 뜨거운 불에서 헤엄치는 걸 좋아한다. 아주 새파란 불꽃에서 타는 걸 좋아한다. 불이 살에 닿으면서 뜨겁게 타오르는 느낌을 안다. 온몸이 녹아내리며 새롭게 태어난다. 그런 과정들이 계속된다. 그게 나에게 주어진 삶이다. 불속을 헤엄치며 사는 삶, 뜨겁게 녹아내리며 타는 삶. 파란 불꽃이 아스라이 사라지고 있는 걸 바라보고 있는다. 불꽃이 일렁인다. 정신이 아득해진다. 손을 가까이 대고, 불꽃을 크게 만든다. 불꽃 속에 너의 눈동자가 보인다. 눈동자 속으로 빠져든다. 눈동자에 눈물이 고여있다. 문득 왜 눈물이 고여있는지 궁금해서 그 안으로 들어가 본다. 너의 눈의 온도도 뜨겁다. 온통, 뜨겁지 않은 곳이 없다. 나는, 데이지 않은 곳이 없다. 앞서 내가 뜨거운 불을 좋아한다고 말했지만, 정말로 내가 그것을 좋아하는지, 어쩔 수 없이 좋아한다고 말하는지 알 수 없다.



 선택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떤 것도 확신할 수 없다. 데이는 것을 좋아하나? 뜨거운 것을 좋아하나? 너의 눈 속에 들어오니 온통 의문투성이다. 오히려 바깥에 있을 때가 나았다. 온몸이 녹아내릴 때가 나았다. 새파란 불꽃에서 녹아내릴 때가 나았다. 너의 눈 속에 들어오면 타들어가기만 할 뿐 아무것도 할 수가 없고 내가 불꽃을 좋아하는지 헤엄치는 걸 좋아하는지 녹아내리는 걸 좋아하는지 뜨거운 걸 좋아하는지 너를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고 움직일 수조차 없다. 나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편이 나았다. 움직일 수가 없다. 불꽃도 만들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어떤 두려움이 생긴다.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두려움이다. 불꽃 속을 마음대로 헤엄칠 수가 없다. 내 마음대로 녹아내릴 수가 없다. 얼음장처럼 몸이 차가워졌다. 밖으로 나가려면 녹아야 하는 데 녹지 않는다. 꽁꽁 언 상태로 나갈 수 없다. 도대체 넌 왜 울고 있을까. 나를 자유롭게 해 줘. 나를 내보내줘. 나는 불에 타야만 해. 그러니 이제 그만 멈춰줘.



 그러나 너는 눈물을 멈추지 않지. 나는, 너의 어떤 말도 듣지 않고, 변명도 하지 않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마음속으로 이런 말들을 되뇌고 있을 뿐. 나는 뜨거워. 나는 녹고 싶어. 나는 자유로워. 나는 이 삶을 헤엄치고 싶어. 너에게서 자유를 원해, 나를 속박하지 마.라는 이상한 말들을 되뇌고 있어. 그러는 동안 너는 울면서도 가끔은 나를 위해 청소를 하고 밥을 차리고 사랑해 주기도 해. 대체 너의 그 사랑은 어디서 오는 걸까. 나는 끊임없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녹고만 싶은데, 너는 어떻게 나를 그렇게, 왜.



 가끔 새파란 불꽃에서 헤엄치는 나를 바라보고 있는 너를 알고 있어. 그 모습을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나는 헤엄을 치곤 하지, 그래서 일부로 너의 눈동자를 보지 않으려 애쓰는 데 어째서 이번엔 보고 말았을까. 아마 마지막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마지막이라는 건 없을 거라고 여겼는데 언제나 마지막은 있더라. 그래서, 그래서, 웬일인지 보게 되고 말았어. 그래서 나는 이제는 나갈 수가 없게 되어버렸어. 갇혀버렸어.



 하지만 이게 언제나 네가 원했던 마지막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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