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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D Nov 01. 2023

DAY 15. 산 <어떤 선택>

Written by. ED

여전히 벗어날 수 없는 주제들이 있다. 나는 깊은 산속에 숨겨둔, 혹은 묻어둔 유골들이나 무덤들에 대해 여전히 알고 싶은 데,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기피하거나 두려워한다. 그럼에도 내가 계속해서 써야 하는 것은 나 같은 사람들이 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흥미나 이목을 끌기 위해서 어떤 식의 방식으로 써야 하는지 점차 깨달아가고 있는 와중이지만, 그중에도 설명하는 방식도 흥미롭다는 걸 알았다. 그리고 말을 건네는 방식도,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방식도 재미있다는 것도 꽤 재미있다는 것도 알아냈다. 그래서 우리는 함께 그 저번의 그 마을로 다시 한번 가 볼 예정이다. 기억하는가. 사람이 아무도 없던 마을, 그 안의 동물 사체가 있을 거라고 냄새가 난다고 말했던 마을. 사흘 안의 죽을 거라고 예언했었던 나의 말을 기억하는가. 기억하는 자가 있다면 당신은 내 글을 읽고 기억하는 사람이며, 마을을 다녀온 이후 사흘 안에 죽지 않은 용기 있는 자이며, 행복한 죽음의 다이아몬드 6개를 찾은 자이다. 그럼 오늘도 나는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은 사체가 있을지 없을지 모를 그 마을로 향해, 그 산을 향해 들어갈 것인지 말 것인지. 또 하나의 무엇인가 있을 것을 기대하고 갈 것인지. 이번엔 호기심도 무엇도 찾는 물건도 아무것도 없다. 이것은 순수한 나의 인간으로서의 감정이다. 나는 왜 '죽음'에 집착하는가. '사라지는 것'에 집착하는 가,에 대한 순수한 감정이다.


 예전 그 마을에는 그 오르골을 찾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그 시체들을 사람들이 묻기 시작할 때 도굴꾼들도 극성에 달했다. 묻으면 파내고, 묻으면 파내고, 그래서 누가 누구의 무덤인지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 썩기도 전에 나온 시체들은 몸에 가지고 있던 값진 물건들은 모두 털어냈고 정말 가진 것 하나 없는 빈 몸이 되어 돌아갔다고, 들었다. 지금은 남아있는 것도 없을 텐데 왜 또다시 나는 그 마을에 가려 하는가. 나는 사흘 안에 죽을 예정이라고 예언했지만, 사실 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삶이란 의미 없고, 공허 나의 기본 원칙. 공허 나의, 나의 애인1)이라 여겼지만, 그러므로 의미 있는 게 또한 삶이라고 했다. 나는 여전히 알 수 없다. 삶이라는 것은 한 순간 순간의 선택이라는 것을. 이 마을에서 단 하나의 사체도 발견하고 싶지 않다. 마을에서 풍기는 시종일관 풍기는 역한 냄새와 낡은 건물들, 가죽들이 주는 불쾌한 냄새들, 온갖 동물들이 남기고 간 오물들 속에서도 사람들의 흔적을 보고 싶지 않다. 왜 인지는 모르겠다. 그저 이런 게 삶의 흔적이라고 보고 싶다. 어떠한 온기도 보고 싶지 않다. 선택적으로 보고 싶지 않다. 내가 알고 있는 편협한 것으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 이것은 잘못된 선택인가? 알 수 없다. 내가 알고 있고 배웠고 익숙한 환경에서만 선택할 수 있다. 그리고 아무래도 이끌리는 대로 가고 싶다. 그러나, 사실은 잘못되었다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나는.


 어떠한 사랑의 흔적도 발견하지 않기를 바란다. 말이 되지 않는 소리라는 걸 알지만, 어디를 찾아보든, 사체는 없을지언정 사람의 흔적은 있을 것이다. 누군가 누군가를 사랑한 흔적은 남아있을 것이다. 사람이 살았던 흔적은 어디에도 남아있다. 나는 부정할 수가 없다. 그전에 보았던 형태만 남았던 마차들, 부엌들, 소파들, 기구들, 모두 그들이 살았던 흔적들이며 사랑이 있었던 공간들이다. 나는 그 공간들을, 사랑들을 부정할 수가 없다. 그럼에도 나만의 것을 고수하는 것은 이기적이며 편협된 일임을 알고 있다. 그럼에도 나는 살아야 하는가? 그곳에 발자국을 남기고 마지막 방문자가 아니라 마을을 개방해두고, 새로운 사람들이 살 수 있도록 그런 소문들을 무마시킨 후 새로운 곳으로 개척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미지수다. 알 수 없다. 앞으로도 나는 이 마을에 대해서 쓰게 될지 영영 묻어 둘지 모르겠다. 마음속으로는 계속해서 생각하고 있다.  이것은 나의 선택의 여지에 달렸다.


그리고 우선 나는 죽지 않았고, 사람의 사체는 찾지 않았으나, 사람의 흔적은 찾아냈고, 나의 편협함도 찾아냈다.


1)어느 작가의 오후, 페터 한트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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