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두 가지 꿈을 꿨다. 하나는 예전에 키우던 햄스터들이 가챠 같은 캡슐에 죽은 그대로 담겨 있는 꿈. 배경은 예전 집이었고 가챠 캡슐 안에 쿠키가 있었고 살짝 보이기론 우유도 있었다. 꿈에서 깼을 때 너무 슬퍼서 울었다. 나는 이미 묻어준 줄 알았는 데 왜 애들이 그대로 있지, 하면서 슬펐다. 그리고 나는 요즘 소설을 쓰느라 일기를 쓰지 않는 데 그래서인지 마음이 이상하다. 일기를 쓰지 않고 소설을 쓴다는 건 이상한 건가. 모르겠다. 문장의 연습이 되지 않는다는 것, 내 기본 문장이 엉망진창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게 슬프다. 책을 읽을 때마다 혹은 문장을 쓸 때마다 느껴지는 벽에서 재능이 없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꿈 때문에도 울었지만 글이 안 써져서 울었다.
그리고 두 번째는 문장이 엉망진창이라서 울었다. 묘사가 전혀 써지지 않아서 울었다. 배경묘사를 쓰려고 하면 아무것도 써지지 않고 생각도 나지 않는다.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나 생각했는 데, 나는 글을 배운 적이 없는데, 뭘 배워서 쓴단 말인가. 배운다고 써지나. 그래도 학원이라도 다녀야 하나 싶어서 고민했다. 묘사의 스킬이 부족하므로, 그래서 이 한국에서 안되나 싶어서. 그만큼이나 부족한가 싶어서.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문장과 문장을 연결하는 게, 나의 구성이, 나의 캐릭터가 그래도 나쁘지 않다고 여겼다. 물론 그만큼 도전하지 않은 것도 사실이지만 문제는 내가 원하는 만큼 나오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나는 학교 다닐 때보다 지금 더 많은 글을 쓰고 있음에도 만족하지 못하고 절망스러운 상황에 빠져있다. 그게 슬프다. 글을 아무리 읽어도 쓰는 것과 다르고 배운다고 한들 나오지 않을 거라는 느낌이 있고 피드백을 받아도 구성만 바꿔줄 것이라는 걸 안다. 내가 뭘 잘하는 지를 아는 데, 그래서 안될 거라는 소리를 들었고 학교 다닐 때도 꽤나 그런 소리 들어서 외로웠는데 지금이라고 다를 바 있을까. 나는 타협할 수 있을까? 타협했던 소설을 다시 읽어봐도 별로고, 내 장점도 나오지 않는 것 같고 지금도 다시 시도해보고 있지만 알 수가 없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쓸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일하지 않는 이 기간이 너무 길고 지루해서 차라리 빨리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일하면서 생산적인 활동을 하는 게 엔돌핀을 돌게하고 목적이 있는 삶을 살게 하는 게 아닌가. 우울이 오래가고 있다. 우울함이 나아졌다고 하자마자 우울해졌다. 약을 줄여서 그런 게 아니라 꿈 하나 때문에 우울해지는 연약한 정신이다. 나는 동물에게 집착하고 글쓰기에 집착하고 내 재능에 대해서 의심하고 이렇게 마주하면 절망한다. 한 마디로 좋아하지만 재능이 없다는 생각이 들면 이렇게 절망스러울 때가 없다. 쓰는 게 재능이라고 생각하고 꾸준히 써야만 할까. 잘 쓰지도, 못 쓰지도 않는 어중간한 재능으로는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버리는 데. 자기 객관화가 잘 되어버린 사람이라서 싫다. 그래도 해야지. 어쩌겠어. 여기까지 왔는데. 별 수 있나. 벌써 쓰고 있는 데. 힘들지만 부딪쳐야지. 누구든 자기 자신을 의심하고 또 의심하겠지. 그렇지만 오늘따라 더 그런 생각이 드는 건 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