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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Dec 06. 2020

행복했던 지난 금요일

'50대 두 여자의 다정한 초대'

금요일 저녁 그 시간을 잊을 수가 없다. 

참 감사하게 다정한 초대를 받아 다정한 두 언니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50대 두 여자의 다정한 초대' 랩걸의 번역가 김희정 선생님 그리고 언제나 다정한 이야기를 아끼지 않는 이화정 선생님. 다정한 손길을 내밀어 주셔서 모임이 시작하기 전까지 얼마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기다렸는지 모르겠다. 저녁을 일찍 먹고 남편과 아이는 조금 쉬다가 9시쯤 자러 안방으로 들어갔고 나는 식탁을 치우지도 않고 책상에 앉아 10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나 말고도 다정한 언니들의 대화를 듣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줌으로 같은 시간에 모였다. 온라인 모임이 시작하기 전 신청서에 왜 참여하려 하는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 이야기를 받고 있어 현재 내가 가지고 있는 고민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모임이 시작되고 우리는 각자는 다르지만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번역가 김희정 선생님도 작가 이화정 선생님도 모두 주부이지만 각자의 일을 갖고 있으며 그 중심을 단단히 잡고 땅에 두발을 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고 30,40대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이런 다정한 모임을 열어 주신 것이다. 이화정, 김희정 선생님 말씀을 듣고 속으로 '그래 그래 맞아 그랬어'라고 곱씹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으면 컴퓨터 화면에 비치는 다른 모든 분들도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30대에서 40대 그리고 50대로 이르기까지 우선순위에 큰 변화가 생긴다. 30대에는 '무엇이 되려는 가?' 고민을 한다면 50대에는 '어떻게 살려하는가?'를 고민한다고 하셨다. 나 역시 30대 초반에 아이를 양육하면서 그 문제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었다. 나는 대체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까? 아이를 키우면서 나 자신의 정체성에 큰 혼란이 왔었고 자신감이 바닥으로 떨어져 마치 아무것도 아닌 사람인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내가 붙든 것은 나만의 공부 였고 책이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를 키우려면 나의 시간은 계획한 데로 흘러가지 않는다. 당장에 40대뿐만 아니라 내년도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어 불안에 떠는 날들이 많았다. '나는 대체 무엇이 되려는 걸까?' 책을 읽으면서도 글을 쓰면서도 나는 그 무엇이 되지 못해 불안해 떨었다. 다정한 언니들은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런 강박으로 벗어나야 한다고 했다. 


내가 무엇이 될 지에 대한 불안감은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일에 큰 영향을 미친다. 

'당신 시간이 아니고 내 시간입니다.' 오늘 아침 내 하루 루틴을 점검해 보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서 잠드는 시간까지 내가 하는 일들을 나열해 보았는데 대부분 아이 보육 시간이 들어가고 그 사이 집안일, 또 남편에게 필요한 일들을 한다. 하루가 꽉 차있어서 그런지 온전한 내 시간은 식구들이 잠든 새벽이나 저녁 늦은 시간이 아니면 주어지기 힘들다. 틈틈이 독서를 하려고 노력하고 글 쓰는 시간도 할애하고 있어서 내 시간을 잘 활용한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내 시간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러다 보니 평소 불만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무의식 중에 '저 책 읽어야 하는데 나는 왜 청소기를 돌리고 있지? 이 책도 읽어야 하는데 나는 왜 설거지를 하고 있지?' 그런 마음을 가지면서 내가 하고 있는 집안일이 굉장히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다. 


줌 토크 중에서 이화정 선생님이 현재 하고 있는 달력 모임을 하는 중 미션에 '나를 위해 잘 차린 밥상을 준비하고 깨끗이 먹기!'가 있어서 그날은 정말 정성을 다해 자신을 위한 한 끼를 준비해 먹었는데 너무 행복한 감정이 들었다고 하셨다. 평소 내 모습을 생각하니 나 역시 가족이 집에 있지 않으면 거의 밥을 먹지 않거나 종일 커피만 마신다. 그러다 정 배가 고프면 간단한 컵라면 하나로 식사를 대신한다. 설거지 거리를 만들기 싫어서 이기도 하며 집안 일을 하는데 시간을 더 쓰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나에게 시간을 할애하지 않았던 것은 가족 때문이 아니고 내 마음가짐 때문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날 위한 시간을 내가 쓰지 않는데 누가 알아주겠나?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결코 사소하지 않다. '무슨 일을 하든 간에 자기가 하는 일을 잘 해내면 멋있는 것' 그것이 설거지든 집안 청소이든 아이 보육이든 말이다. 다정한 두 언니의 그 말에 얼마나 큰 위로를 받았는지 모르겠다. 줌 토크는 10시에 시작하여 자정이 넘는 시간까지 뜨겁게 이어졌다. 끝나는 시간이 너무 아쉬워서 마지막까지 앉아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거실로 나와보니 여전히 식탁은 내가 들어가기 전 그대로 였지만 나는 즐거운 마음으로 식탁을 정리했다. 그릇 하나하나 순차적으로 치울 때마다 깔끔해지는 식탁을 보니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이 들었다. '내가 하는 일은 정말 중요한 일이야. 지금 깨끗이 식탁을 치우고 잠들면 식구들과 내일 아침을 기분 좋게 시작할 수 있으니까.'라고 생각해서 인지 다정한 두 언니의 애정 담긴 줌 토크 덕분이었는지 금요일 밤은 벅찬 기분뿐이었다. 

 나는 40대 그리고 50대를 단단하게 준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내가 무엇을 하든 그것은 허사가 아니니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믿음을 갖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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