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혼선
꿈을 꾸기 전날 밤.
코가 꽉 막힌 아이는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나는 잠자기 불편하면 약을 먹고 자라고 했고, 아이는 코에 뿌리는 약만 넣고 자러 들어갔다. 그날 밤에는 감기약과 관련한 에피소드가 있는 꿈을 꾸었다.
내가 감기약을 먹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당장은 병원에 갈 수 없었다.
엄마가 대신 병원에 방문하여 약을 지어다 주셨다.
약을 엄마가 대신 받아다 주긴 했지만
어쨌든 병원 진료를 봐야 하는 상태였나 보다.
나는 약 봉지 안에 약을 살피고 병원에 가려고 했다.
약봉지 안에는 하루 2봉 먹어야 하는 알약 들이 있고,
따로 판에 든 약도 따로 있었다.
하루 2봉치 약은 투명한 약 봉지 안에 색색의 알약이 들어있었다.
약 봉지를 손에 들고 병원에 갔는데, 의사를 만난 기억은 없고
진료를 보고 나와 병원에 앉아 있었다.
추가되는 약이 더 이상 없다는 것을 알고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생각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과정이었는지
아니면 바로 핸드폰을 들어 보니 집이었는지 명확하지 않다.
핸드폰으로 이런저런 톡방을 살피던 와중에
누군가 얼마 전에 내가 제주에서 다녀온 호텔의 사진을
올렸다. 아마 내가 갔던 곳과 같은 곳으로 여행을 간 모양이었다.
수영장 배경의 사진이었는데, 그 사진을 보니 나도 여행 때의 기억이 떠올라
핸드폰 안에 사진을 열심히 찾았다.
‘나도 여기 좋았어!’라고 자랑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사진을 한참 찾고 있으니,
나는 어느새 그 호텔 수영장에 와 있었따.
수영장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아이의 모습이 보였다.
실제 갔었던 느낌이 고스란히 되살아났다.
좋았던 날씨 즐거워 하던 아이의 얼굴,
그리고 사람들로 북적이던 수영장 풍경.
한참 수영장을 둘러 보다가 뒤돌아 서니 친정 집이었다.
예전에 내가 쓰던 방 앞에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은 띄어 두고
비슷하게 생긴 미끄럼틀 2개가 놓여져 있었다.
아이가 미끄럼틀이 타고 싶다고 해서,
왼편에 있는 미끄럼틀이 우리 것이고
물이 잘 나오고 있으니 더 놀라고 했다.
맞은편 오른쪽 미끄럼틀은 물이 나오지 않아
그곳에 있던 가족들은 당황해하는 듯했다.
아이가 놀던 것을 보다가 다시 고개를 돌리니
친정집에 있는 식탁이 보였다.
예전에는 그 식탁이 내 방 앞에 있었는데,
식탁 위에는 누군가 고기를 구워먹고 난 흔적이 남아 있었다.
“너를 깨우려고 했는데, 네가 너무 깊이 잠들어서 우리 먼저 먹었어.”
라고 엄마가 말했다.
나는 평소 바스락 소리만 나도 잠에서 깰 만큼
잠귀가 밝은 편이다.
먹다 남은 삼겹살이 있는 식탁을 보면서
나는 왜 잠에서 깨지 못했을까?
왜 부모님이 삼겹살을 먹은 기억이 나에게는 전혀 없는 걸까?
정말 감기약 때문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걸까?
하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저 궁금했을 뿐이다.
나를 빼고 삼겹살을 먹은 게 섭섭한 것이 아니라
대체 내 기억이 왜 사라진 것인지 궁금했다.
지금 내가 놓치고 있는 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꿈을 꾸는 내내 나는 부재한 기억에 대해 궁금해 했다.
감기약 꿈에서도, 삼겹살 꿈에서도 그랬다.
사람은 모든 걸 기억하며 살 수 없다.
꿈을 기록하면서 그 사실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꿈을 기록하고 있지만 내가 이 많은 꿈을 기록하고 기억하는 건
정말 가능한 일일까?
꿈은 실제 하지 않고 내 기억 속에만 있는데
이 기억은 온전한 기억일까?
하는 생각을 종종 한다.
난 어디까지 기억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