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7: 흔들리는 길 위에서

평범한 길 위에서 마주한 불안

by 돌고래작가

현실의 걱정과 불안

평범하게 길을 걷다가 맨홀을 보면,

‘내가 맨홀 위로 올라갔을 때 뚜껑이 열리거나 부서지면 어쩌지?’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혼자 돌아다닐 때도 혹시 위험할지 모르니

맨홀 위에는 올라가지 말라고 당부하는 편이다.


가끔은 이런 내가 지나친 걱정과 불안을 끌어안고 사는 것은 아닐까.

하지만 뉴스에서는 맨홀 사고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을 평범하게 하다 맞닥뜨리는 안전사고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이런 걱정 가득한 마음 때문에 내 일상에 문제가 생기진 않지만

그렇다고 그런 사고가 나에게만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백 퍼센트의 보장은 없다.

너무 과한 걱정도 안 좋지만,

안전에 대해 안일한 것도 문제가 된다.



내 불안으로 나타난 꿈

이런 걱정들 때문일까

내가 꾸는 꿈은 불안, 강박 등과 연결이 되고

현실에서는 웬만해선 겪지 않을 일들이 일어나곤 한다.


얼마 전 꿈에서 나는 평범하게 길을 걷고 있었다.

두 가지 꿈을 꿨는데, 어떤 꿈이 먼저인지는 모르겠지만

걷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잠을 자면서 자주 깨기 때문에
순서 정도는 눈을 뜨자마자 바로 기록하지 않는 이상 늘 흐릿하다.


깨었을 때 먼저 또렷하게 기억이 났던 꿈은 맨홀 꿈이었다.



첫 번 째꿈- 맨홀 아래의 두려움

남편, 나, 아이는 나란히 길을 걷고 있었다.

남편은 한 발자국 앞에 걷고 있었고,

나와 아이는 손을 잡고 걷고 있었다.


걷다 보니 맨홀 위에 있었다.

뚜껑은 단단해 보였지만,

현실에서와 같이 맨홀 뚜껑이 열리는 걸 걱정하고 있었다.


걱정이 나에게 밀려 들어오는 순간

뚜껑이 사라졌다.

나는 아래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아래쪽은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캄캄했고,

나는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이라도 힘이 빠지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내가 매달려 있는 동안 맨홀의 구멍 크기는 일정하지 않았다.

크게 늘어났다가 어느 순간에는 또 작게 줄어들며 유동적으로 변했다.


남편은 여전히 앞만 바라보고 걷고 있었다.

내가 빠진 것을 보지 못했고 그저 “빨리 와!”하고 재촉했다.

도움을 요청하려고 했지만 입만 벙긋거리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아이는 나와 함께 손을 잡고 걷고 있었지만 다행히 빠지진 않았고,

“엄마가 빠졌어!”하고 아빠를 향해 외쳤다.

남편은 여전히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이러다 진짜 빠져 버리고 말 것 같아서 너무 무서웠다.

공포의 감정이 점점 커지면서 이 에피소드는 끝이 났다.



두 번째 꿈- 은빛머리 여자

그다음 기억나는 꿈에서도 나는 길을 걷고 있었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은 경쾌한 음악 소리가 울려 퍼지는

번화가였다.

북적이고 분주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주변에 사람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때 서너 발자국 앞에서 아름다운 여자의 그림자가 보였다.

고운 머릿결이 하늘하늘 움직였고, 그 모습이 굉장히 아름다워 보였다.

신비로운 느낌이 든 이유는

그 여자는 걷고 있지 않았고 마치 신선처럼 구름을 타고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바닥에 비친 그림자만 보다가 얼굴을 들어 여자의 모습을 봤다.

머리 색은 흰색과 은색을 섞어 놓은 듯했고, 유명인의 얼굴이었다.

하얀색 한복을 입고 있었는데, 소복 같은 느낌의 한복이 아니라

은은한 비단옷 같아서 그녀가 한층 더 아름다워 보였다.


그녀를 바라보며 한참 걷고 있는데 이상하게

그 여자가 나 같았고, 내가 그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나는 천천히 걸으며 은빛 머리카락을 소중하게 쓰다듬었다.


걷다 보니 번화가를 지나 한적한 길로 접어들었을 때

섬뜩한 기운이 스며들었다.

어디든 사람이 많은 곳에 가야겠단 생각이 들어서,

밝은 불빛이 뿜어져 나오는 햄버거 가게로 들어갔다.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바빠 보였는데, 손님 때문이 아니라

모두 햄버거를 만들고 있어서였다.


머쓱해진 나는 서둘러 가게를 나왔다.

다시 거리로 나와서 걷고 있는데 누군가 쫓아오는 기분이 들었다.

아무도 없었고 어두운 길이었기 때문에 두려운 마음이 점점 커졌다.

원래 가려던 길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려

서둘러 걸으려고 했는데, 내 뒤를 따라오던 괴한에게 목덜미를 붙잡혔다.


그리고 꿈에서 깼다.



꿈이 남겨 놓은 잔상

맨홀 꿈은 내가 현실에서도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불안이다.

늘 볼 때마다 불안을 느끼는 것은 아니고

문득 ‘아 저 뚜껑 열리면 어쩌나…’ 싶은 생각이 불쑥 올라오는 정도다.

어쩔 때는 아무렇지 않게 그냥 밟고 지나가기도 한다.


내 불안은 늘 존재하기보다는,
마음 밑바닥 어딘가에 깔려 있다가
초조한 순간에 불쑥 고개를 든다.


맨홀 꿈과 달리 은빛 머리 여자 꿈은 기분이 좋았다.

아마도 내가 바라는 이상적인 자아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좋은 꿈을 꿨다고 해서 좋은 일이 생긴다고 믿지는 않는다.
나쁜 꿈을 꿨다고 해서 불행이 온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저, 많은 꿈을 꾸다 보면
‘아, 지금 내 마음은 이런 상태구나’
하고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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