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sode 14: 꿈에서야 들어갈 수 있었던 곳

끝내 계산하지 못한 것들

by 돌고래작가

얼마 전 망원동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모퉁이 길에서 마음에 드는 잡화점을 봤었다. 공영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식당으로 가는 길에 있던 상점이었는데, 갈 때는 불이 꺼져 있어 닫혀 있는 듯 보였지만 식사 후 돌아올 때는 환하게 켜져 있었다. 큰 통유리 너머로 내부가 훤히 보여 어떤 물건들을 판매하고 있는지 한눈에 알 수 있었다.


상점 안에는 판매대가 여럿 놓여 있었고 다양한 물건들이 가득 채워져 있었다. 주로 고양이 모형이나 인형, 고양이 그림이 그려진 잡화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남은 일정이 있어 그냥 지나왔다. 그때 들어가 보지 못한 잡화점이 얼마 전 새벽, 꿈속에서 다시 나타났다.


꿈에서도 나는 가게 밖에 서서 들어가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었다. 한참을 그러고 서 있으니 옆에 있던 남편이 들어가 보고 싶으면 다녀오라고 했다. 나는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을 열고 들어가니 아늑한 카페 같은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상점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고, 입구 쪽에는 테이블과 의자가 여럿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자리에는 아무도 앉아 있지 않았다.


사람이 없는 것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지만, 나는 밖에서 본 물건들을 확인하기 위해 테이블 사이를 지나 안쪽으로 들어갔다. 안으로 들어가자 통유리 너머로 보았던 판매대와 주방, 카운터가 눈에 들어왔다. 카운터 바로 옆에는 이벤트를 위한 테이블이 있었는데, 방문한 손님이 가볍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설문지가 놓여 있었다. 잡화점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안하거나, 개인의 글을 자유롭게 남길 수 있는 공간처럼 보였다.


카운터를 지나 잡화를 전시해 둔 판매대 앞에 섰다. 그런데 밖에서 봤을 때와는 다르게 물건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나는 고양이가 그려진 메모장과 편지지를 골라 카운터 위에 올려두었다.


카운터와 주방은 연결된 구조였고, 사장님은 주방 일을 하느라 정신없어 보였다. 내가 올려둔 물건을 살필 여유도 없어 보여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시선이 이벤트 테이블로 향했다.


판매대에 올려져 있는 메모지 중 몇 가지는 예전에 읽었던 글쓰기 책 표지와 비슷한 디자인이었다. ‘작가님이 이곳에 오셔서 이벤트를 하시는 걸까?’ 하는 생각이 스쳤고, 다른 물건들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한참 뒤, 고른 물건을 계산해 달라고 하려는데, 사장님이 메모지와 편지지를 카운터 서랍에 넣고 있었다. 다급한 마음에 구매할 물건이라고 말했지만,
“이제 마감해야 하는데…” 하고 말을 흐렸다.


들어올 때는 분명 텅 비어 있었는데, 어느새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금방 마감할 것 같지는 않아 이것만 계산해 달라고 다시 한번 부탁드렸다.


사장님은 계산을 해둘 테니, 들고 있는 볼펜으로 옆 이벤트 테이블의 글 쓰기에 참여해 달라고 했다. 그제야 손에 촉감이 좋은 볼펜 한 자루가 쥐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시 이벤트 테이블을 바라보며 내가 쓸 수 있는 글이 있을지 잠시 고민했다.


그때 아이와 남편이 상점 안으로 들어왔다. 어서 계산을 마치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에 카운터 쪽을 바라보았는데, 사장님이 내 물건을 이중으로 결제하고 있었다. 잘못 결제되었다고 말씀드려야 하는데…


그 순간, 잠에서 깨어났다.


최근 들어 ‘공간’에 대한 고민이 자주 떠오른다.
오래전부터 서점이라는 공간을 꿈꿔 왔지만, 아직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아마 하고 싶은 마음보다 걱정이 더 앞서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서점과 닮은 공간들이 종종 꿈에 나타난다.


꿈속에서 마주한 그 구체적인 풍경은, 어쩌면 내가 바라던 서점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그 공간이 내 것이었다면 어땠을까—
나는 또 한 번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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