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삶은 비슷한데, 나만 다른 것 같은 기분
꿈에서 가족과 함께 집 근처 산책을 하고 있었다. 한참 걷다가 언덕길 아래로 내려가던 중, 남편이 여기까지 왔으니 하루 묵고 가자고 제안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작은 오두막 여러 채가 한 마을처럼 모여 있었다. 분명 동네 산책이었는데, 꿈에서는 어느덧 천안까지 와 있었다. 작은 오두막은 밖에서 보기에도 3~4평 남짓, 잠만 잘 수 있는 크기였고 지붕은 파란색이었다.
꿈에서 남편이 천안에 하루 묵자고 말한 건 아마도 평소 여행 가고 싶다고 자주 말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작은 오두막은 우리가 머무르기엔 너무 좁아 보였고, 강아지도 함께 있어 하룻밤도 어려울 것 같았다.
“강아지가 있는데 다 같이 한 방에서 잘 수 있겠어?”
라고 물으며 뒤돌아 남편을 봤는데, 품 안에 강아지를 소중히 안고 있었다. 어제저녁, 강아지를 혼내던 모습이 떠올라 둘이 언제쯤 친해질까 생각했었다. 보통 밖에서 강아지를 안아야 할 상황이 되면 내가 안거나, 남편은 안더라도 품에 안기보다는 옆구리에 끼고 들고 다니는데, 꿈에서는 반대로 남편이 조심스럽게 안고 있었다.
작은 오두막 마을을 지나 앞쪽으로 해변이 보였다. 낮 시간이어서 바닷가와 해변의 분위기는 부드럽고 반짝여 보였다. 그리 넓진 않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물속에서 놀거나 해변에서 쉬고 있었다.
가족끼리 온 사람들은 보이지 않았다. 남녀 연인들이 대부분이었고, 모두 예쁘고 몸매도 좋아 보였다. 이곳에서는 마음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햇살이 따스했고, 바다는 빛을 받아 반짝였다. 사람들의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 보였다. 하지만 아이를 데리고 물속에 들어가 놀기에는 어딘가 불편해 보였다. 나는 남편에게 돌아가는 게 좋겠다고 말하며, 당신은 더 있고 싶다면 그렇게 하라고 했다. 평소 홍대나 성수동처럼 젊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좋아하는 그는 내심 더 머무르고 싶은 눈치였다.
나는 곧장 길가에 주차되어 있는 우리 차로 향했다. 운전석 문을 열어 타려는 순간, 뒤에서 아이와 남편이 따라왔다. 그때 굉장히 큰 트럭 한 대가 바로 옆을 스치듯 지나갔다. 덤프트럭만 한 차가 바짝 붙어 지나가 순간 아찔했다. 아이가 다치지 않을까 겁이 났지만, 트럭이 완전히 지나간 뒤 우리는 모두 무사했다. 가슴을 쓸어내릴 수밖에 없는 순간이었다.
꿈의 배경은 갑자기 집으로 바뀌었다. 중문과 거실 사이 복도에 서 있었는데, 중앙에 정수기가 하나가 놓여 있었다. 물이 나오는 정수기가 아니라 버블티에 들어가는 펄이 나오는 기계였다.
나는 작은 종이컵 하나를 손에 들고 버블티 펄을 받고 있었다. 펄은 잘 받아지는가 싶더니 몇 개가 바닥으로 후드득 떨어졌다. 강아지가 있어 바닥에 떨어진 펄을 주우려고 재빨리 움직였다. 강아지가 이때를 놓치지 않고 달려들었고, 남편이 옆에서 막고 있었다. 나는 한 손으로는 바닥의 펄을 줍고, 다른 한 손으로는 계속 컵에 펄을 받고 있었다. 꿈이니까 가능했던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정신없는 상황이 펼쳐진 곳은 아이 방 맞은편이었다. 꿈에서는 새벽 시간이었는데 아이는 자지 않고 방에서 친구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마자 화가 치밀어 올라 전화를 끊고 엄마를 도우라고 크게 호통을 쳤다.
아이는 전화를 끊는가 싶더니, 여전히 연결된 핸드폰을 침대 위로 던져 놓았다. 수화기 너머로 아이 친구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아이는 이를 무시하고 나를 도우려 복도로 나왔다. 나는 다시 소리를 질렀다.
“어서 전화 끊어! 넌 대체 이 시간에 왜 깨어 있는 거야!”
아이에게 새벽에 자지 않는 것을 혼내고, 어서 도우라고 재촉하고, 그러면서 또 아이를 다그치고 있는 내 모습은 현실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강아지를 키우자고 마음먹은 건, 아이와 나의 결정이었다. 남편은 조금 반대했었다. 그래서 전반적인 케어는 내가 하는 게 자연스러웠고, 그게 힘들다고 느끼지는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적으로 버거운 순간들이 생겼다.
그럴 때면 아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나씩 맡겼다. 배변을 치우고 정량에 맞춰 사료를 주는 일 등은 제법 잘 해냈다. 아이는 조금 구시렁대긴 하지만 언제나 잘 도와주는 편이다.
아이에게 너무 많은 일을 맡길 수는 없다. 강아지 말고도 해야 할 일이 많기 때문이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자꾸 아이를 재촉하게 된다.
매일 집안일과 아이, 그리고 강아지를 챙기며 종종거리는 내 모습은 꿈에서도 현실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타인의 삶은 우아하고 여유로워 보인다. 나에게는 어려운 일들이, 그들에게는 아무렇지 않은 듯하다.
가까이 들여다보면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할 텐데, 이상하게도 늘 나만 여유가 없고 힘든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