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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Oct 31. 2020

바이러스가 지배한 시간

제발!! 내년에는 

주말 아침은 왠지 더 집에서 밥을 하기 싫어진다. 뭔가 '나도 주말을 즐기고 싶어'하는 심정 같기도 하고 5일 내내 집에 있는 아이의 간식과 밥을 챙기고 또 뒷정리를 하는 반복되는 일이 슬슬 지쳐가기도 했다. 고민 끝에 예전에 자주 가던 부대찌개 집에 전화해 아이 돈가스와 함께 포장을 부탁하고 찾으러 갔다. 코로나 이전에는 동네에서 제일 맛이 좋고 아이 돈가스도 신경 써서 만들어주셔서 종종 다니던 곳이었다. 코로나 때문에 바깥 외식을 삼가고 주로 포장해와 집에 먹는데 부대찌개는 왠지 포장해서 먹기도 쉽지 않아 요즘은 통 가지 못했었다. 

어제 남편과 술도 좀 마셨고 해서 국물이 당기기도 해서 오랜만에 방문했다. 돈가스를 튀겨야 해서 15분 정도 걸린다고 하셨는데 이런저런 것을 하다 보니 좀 늦게 도착했다. 평소 같았으면 그 시간에 꽤 많은 테이블에 손님들이 앉아 식사를 하고 있었을 시간인데 아주머니 세분이 돈가스를 튀겨놓고 부대찌개 재료를 포장해서 준비한 뒤 나만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다. "돈가스 식는데 왜이라 안 오나 했어요- 요즘 애들 거더 먹이느라 힘들죠-" 하는데 뭔가 울컥했다. 이 작은 동네에 자가 격리자만 600명이 넘고 또 그 가족들도 자유롭게 돌아다니지 못하다 보니 동네 상권이 말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아주머니들은 날 보며 애들 챙기느라 애쓴다며 위로의 말을 건네주셨고 세 분이서 찾아줘서 고맙단 말씀까지 하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고 또 가게가 텅 비어있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편치 못했다. 


그간 음식을 포장해 집에서 먹을 때면 주로 남편이 직접 나가 사 오고 나는 집에서 아이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은 부득이하게 내가 가게 되었는데 텅 비어있는 가게를 지키고 있는 상인들의 모습을 보니 가슴 한 구석이 아렸다. 동네에 30-40대 정도의 결혼한 부부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는 세대가 굉장히 많아서 평일 주말 할 것 없이 상권이 이루어져 있는 쪽은 늘 사람이 많았다. 간단히 반주를 즐기는 식당에도 아이들과 함께 와도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을 만큼 아이들이 정말 많은 가족적인 동네다. 매일 아이와 집 안에서만 복작복작 지내다 보니 소상공인들이 어떠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차마 눈 돌릴 겨를이 없었다. 우리 집이라고 해서 이 상황이 쉬운 것은 아니나 매달 월세를 꼬박 지불하고 임금을 주고 가게 운영해야 하는 것도 이 시대에서는 쉽지 않을 것이다. 


동네는 지금 특정 고깃집을 제외하곤 손님이 거의 없고 거리에도 아이들이 눈에 띄게 많다.라는 것을 느낄 수가 없다. 그런 걸 생각하면 코로나 자체에 정말 화도 났다가 이러한 상황을 언제까지 '힘들다- 너무 힘들다'라고만 불평할 수 있을까. 코로나로 모두가 힘들지만 그 상황 속에도 건실히 버텨나가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는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힘듦을 견뎌내고 있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어째서 코로나는 이 인류 속을 파고들어 사람들을 병들게 하는 것일까? 이것은 어떠한 운명일까?


내년에는 정말 우리 곁에 코로나가 사라질까? 나는 또다시 걱정하다가 모두 부질없다 치워버린다. 

우리는 적응해야 하고 변화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어디서 찾을지 모르겠다. 시간은 흐르는데 아직까지 그렇다 할 큰 변화가 없는 것 같아 막막하다.


배경 이미지 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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