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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돌고래작가 Nov 08. 2020

그리운 토요일

누구에게나 필요한 혼자만의 시간

토요일 저녁 어찌하다 보니 개인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남편은 결혼을 앞둔 친구의 청첩장을 받으러 나갔고 아이는 시댁에 잠시 맡겨두었다. 혼자 집에 남게 되었으니 가볍게 육회감 고기 사다가 맥주나 마셔야지 했는데 단골 정육점에 육회감이 다 떨어져서 고민하다가 동네에서 초밥이나 사다 먹을까 싶어 초밥집으로 갔다. 남편은 갑자기 '이왕 먹는 거 그냥 호사스럽게 한 번 먹어봐!' 하면서 꽤 비싼 등급으로 메뉴를 주문해 주었다. 

동네 초밥에 대한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았는데 비싼 등급이어서 그런진 몰라도 정말 맛있게 먹었다. 

초밥이 있으니 그냥 맥주만 마시기 아쉬워 평소 혼자서는 잘 먹지 않는 술까지 꺼내서 책도 읽고 글을 쓰면서  분위기와 술에 취했다. 

내가 집에서 술을 마시는 걸 좋아하는 이유는 이미 집에 있으니 '귀가'의 어려움이 없어 편하게 마실 수 있어서다. 남편과 함께 마시면 편해서 좋고 좀 취해도 크게 문제가 될 게 없다. (그렇다고 울거나 화를 내거나 하는 지독한 주사는 없으니까...) 하지만 혼자 마시니까 왠지 더 편안한 이 기분은 뭘까? 


'아~ 이래서 혼술을 하는구나!'  


나는 천천히 맛있는 음식과 술을 음미하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했다. 부담 없는 혼자만의 시간을 이렇게 즐긴 것도 정말 오랜만인 듯하다. 누가 앞에 있으면 술을 마시면서도 계속 신경 써야 한다. 말실수를 하지는 않는지 행동에 무례했던 것은 없는지 등 편하지 않다. 함께 마시며 즐기고 노는 것도 좋지만 계속 누군가를 신경 써야 한다는 것은 꽤 힘들다. 좋은 사람과 함께 먹으면 되지. 하지만 어떠한 관계에 있어서 완전히 편안한 사람이 있을 수 있을까? 하지만 나 혼자서 술을 먹으면 다른 사람을 신경 써야 한다는 피로감은 없다. 


어제는 혼자 매취순을 홀짝홀짝 마시면서 책을 읽기도 했고 읽다가 순간 떠오르는 순간들을 적기도 했다. 그러다 말하는 것보다 글 쓰는 게 이렇게 편할 줄이야! 하면서 나 스스로 감탄했다. 물론 취중에 쓴 글이 썩 좋은 것들은 아니긴 하지만 말이다. 혼자서 먹는 혼술을 경험하니 요즘 사람들이 왜 그렇게 혼술을 즐기는지 그 느낌을 이제 알 것 같다.


술이 센 편은 아닌지라 적당히 마시고 적당히 정리했다. 그래서 더 좋은 시간이었고 만족감이 높았다. 

토요일에 너무 즐거운 시간을 보내서였을까? 주말이 끝나가는 것이 이렇게나 아쉬울 일인가 싶다. 그 여유로웠던 시간은 이미 지나간 과거가 되었고 또 일주일을 치열하게 살아가야 한다. 


평일의 시간에는 다시 주말을 즐기기 위해 치열하고 열심히 살아갈 것이다. 


메인 배경 이미지출처 : https://www.pexel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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