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별빛수필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G모닝제이 Sep 08. 2016

취미와 가족

취미의 진정한 개념

  

   나의 취미는 독서와 글쓰기다.(아직은~~)

   심심풀이가 될 뻔한 독서와 글쓰기를 취미로 승격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된 것도 독서에서이다.


"<지구 위의 작업실>의 주인공은 가족을 위해서라는 마침표를 드디어 뜯어냅니다. 마포의 건물 지하에 그는 자신만의 작업실을 만듭니다. 그리고 일주일에 3일씩 간이침대에 쪼그려 잡니다. 식사는 팔도비빔면, 뚜레주르의 버터 식빵, 햇반 그리고 풍년 기사식당의 김치찌개로 때웁니다. 나머지 시간은 어두컴컴한 지하실에 박혀 지상 최고의 커피를 볶거나 LP를 꺼내 하이파이로 음악을 들으며 보냅니다. 이쯤 되면 작업실이라 쓰고 나만의 소굴이라고 읽어야 되겠죠. LP 음반이 3만장이고 CD가 4천 장이라고 하니 할 말이 없습니다. 이게 바로 취미입니다. "

(_밤의 인문학중에서)  


   <지구 위의 작업실>이라는 책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부분을 인용한 밥장의 <밥의 인문학>이라는 책에서 발견한 저 구절을 보는 순간 깁스가 토니의 뒤통수를 후려칠 때 같은 충격을 받았다. 취미라 하면 여가시간에 즐기는 유희라고 생각했기에 시간이 없으면 못하는 것이고, 돈이 없으면 못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취미를 위해서 무언가가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밤의 인문학>에서는 이러한 것은 심심풀이일 뿐이라고 말한다.


    하긴 현대인들 중에 안 바쁜 사람이 어디 있는가? 하물며 전업주부를 하고 있는 나만하더라도 매일 바쁜 일상에 한동안 독서의 독자도 건들이지 못했던 때가 있었던 것을……. 바쁘고 시간도 없고, 돈도 없지만 일부러 시간을 만들고, 절약해서 돈도 모으는 열정을 가지고 해야 진정한 취미라고 말한다. 이런 형태의 취미들이 나아가서는 또 다른 수입원이 될 수도 있는 거라고……. 취미가 수입원이 되면 일이 되는 건데, 그것을 취미라고 불러도 될까? 라는 질문은 잠시 뒤로 미루고 일단은 일이 되어버린 취미가 아닌 순수한 취미에 대한 부분만 말하고자 한다.


   취미의 개념을 정리하다보니 남편의 취미생활이 생각났다. 운동을 좋아하는 남편은 운동신경이 좋아서 웬만한 운동이라면 보통이상은 한다. 요즘엔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는 골프를 즐겨 치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주로 스크린 골프를 치러 다니고 용돈을 절약해서 아주 가끔씩 필드에 나가는 것을 낙으로 삼는 듯하다.

  허나 나는 신랑의 골프 취미생활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골프는 돈 있고, 시간 있는 사람들이나 즐기는 스포츠라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혼자서 룰루랄라 재미있게 노는 것 같아서 배가 아팠던 게 주요한 이유이다. 전업주부로 지낸지 2년. 세상과 멀어지고 구닥다리가 되어가면서 점점 쓸모없게 느껴지는 자격지심이 있었다. 내가 아무리 반대를 하고 잔소리를 해도 잠깐의 여가 시간만 생기면 개미도 못 죽일 정도로 피곤함에도 불구하고 장작 40분이나 걸리는 거리를 운전해가서 친구와 골프를 치고 오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그렇게 골프를 치고 온 날에는 내 눈치를 보느라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얼굴을 하고서도 온갖 집안일이나 아들의 뒤치다꺼리를 마다하지 않는다. 옆에서 볼 때 저러면서까지 하고 싶을까? 라는 의문을 아니 가질 수 없었다. 그래도 주구장창 말리는 나에게 자기의 취미는 골프이고 골프를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삶의 에너지를 얻는다고……. 그러니 자기를 조금만 이해해달라고 했었다.


  나는 그런 남편을 이해할 수 없었고, 그러면서 사소한 다툼도 많아지고 불만도 많아져갔다. 남편과 나는 정말 성격이 맞지 않아. 우리 앞으로도 잘 살 수 있을까? 라고 진정으로 남편이 미워지기 시작할 무렵, 너무나 힘들었던 내가 다시 선택하게 된 게 독서이다. 다시금 책 읽는 즐거움에 빠지고 글 쓰는 기쁨을 즐기다보니 책 읽고 글을 쓸 시간이 필요해졌다. 좋은 책을 구입할 돈도 필요해졌다. 집안일을 좀 더 효율적으로 빨리 해치울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친구들과의 모임이나 외출을 조금씩 줄여서 좀 더 오래 독서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고자 했다. 빠듯한 생활비지만 반찬 한 가지 줄이고, 모임 한번을 줄여서라도 좋은 책 구입을 위한 돈을 절약하려고 애쓰게 되었다. 책 읽을 좋은 환경을 위해 더욱 열심히 정리정돈하게 되었고, 나만의 서재를 만들 수 있게 매일 고민 중이다.


  결국 그동안 내가 취미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결국은 심심풀이일 뿐이었던 거다. 취미를 가지게 되면 억지로가 아닌 나 스스로 그 취미를 위해서 수고스러움을 마다하지 않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고단함이 아닌 열정과 희망을 얻게 된다.


  이제는 당당히 내 취미는 독서와 글쓰기라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남편이 골프를 치면서 얻게 되는 게 무엇인지도 알게 되었다. 나를 알고 남을 이해하고 그리고 세상과 연결하고…….이 모든 게 독서를 함으로써 가능해졌다. 독서는 혼자서 하는 일이지만 난 결코 혼자가 아니다. 사람들과 있으면서도 늘 외롭다 느꼈지만 이제 나는 외롭지 않다. 세상에 속하지 못하고 혼자 겉도는 기분도 사라졌다. 난 지금 세상의 중심에서 당당히 살아가고 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