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김에 나온 그의 진심
그녀의 남편은 요리를 좋아하고 잘한다.
요리를 어렵게 생각하지 않고 있는 재료로 뚝딱 잘 만들어낸다.
그에 반해 그녀는 요리를 하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다. 비닐장갑을 낀 한손으로는 핸드폰으로 그때그때마다 다른 레시피를 찾느라 핸드폰 액정은 음식물로 더러워져있다. 모든 것이 아슬아슬해 보이는 그녀의 요리준비. 이렇게 열심히 노력해도 결과물은 그녀의 남편보다 못하다.
그녀의 아들이 유치원에 가지않고 그녀와 하루종일 집에서 함께 있던 날. 회사에서는 회사에서 제공하는 밥을 먹거나 외식을 하고 집에 와서는 시어머니가 해주신 밥을 먹는 그녀는 아들의 끼니를 챙겨줄 생각을 하니 숨이 턱턱 막힌다. 그녀는 갑자기 현타가 왔다. ‘아들의 밥도 제대로 못챙겨주는 엄마라니… 난 엄마 자격이 없어.’ 밥을 잘 챙겨주는 것이 엄마의 자격이라면 그녀는 0점이다. 일단 아들의 끼니는 챙겨줘야하므로… 익숙한 배달 어플을 켜고 아들이 좋아하는 보쌈을 시킨다. 다행히 아들은 좋아하며 잘 먹는다. 저녁은 어떻게하지? 저녁은 아들이 좋아하는 우동을 끓여준다. 한 개를 다 먹으며 행복해 하는 아들을 보며 그녀도 흐뭇하게 웃는다.
다음날 그녀의 남편이 술에 거나하게 취해 들어온다. 여느 부부처럼 티비를 함께 보며 잘 준비를 하던 도중 남편이 말한다. “난 윤호한테 우동안줘. 애 밥으로 우동을 주냐..”
평소 표현이 없는 남편의 이 냉정하고 씨니컬한 말 한마디는 그녀에게 비수가 되어 그녀 가슴에 꽂혀버렸다. 내가 그렇게 못할 짓을 했나? 나는 엄마 자격이 없나?
며칠이 지나도 남편의 말이 귓가에 맴돌아 일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엄마의 자격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되었다. 엄마의 자격이란 무엇일까.
난 남편보다 아들과 더 진심으로 잘 놀아주고 유치원 숙제도 다 내가 챙긴다. 그리고 아들의 필요한 옷, 속옷 작은것까지 내가 사고 챙긴다. 단지 눈에 보이는 밥 챙기기를 못한다고 내가 엄마의 자격이 있는걸까라고 생각하는 나 자신이 서글프다.
나는 엄마의 자격이 있다. 남편도 아빠의 자격이 있다. 각자 잘하는 것에서 아이에게 최선을 다 하는 것기 부모의 역할아닐까. 그리고 각자 잘하는 것에서 서로 인정을 해주며 격려해주는 것이 바람직한 부부의 모습, 부모의 모습일 것이다.
난 애한테 우동먹이는 엄마야. 그래도 난 아이를 사랑해. 내가 할 수 있는 분야에서 엄마로서 최선을 다할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