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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감동을 준 적 있는가.

by 돌핀댕댕

“언니! 나 혼자 방콕가! 언니 방콕 많이 가봤지? 꿀팁 공유 플리즈~~”


업무에 번아웃이 온 그녀는 큰아들과 작은아들 둘을 한국에 두고 친구가 있는 방콕으로 혼.자. 훌쩍 떠나기로 결심한다.

당장 다음주.

방콕은 20살 때 가족끼리 패키지 여행으로 간 게 다인데.. 거의 20년 전의 일이다.

그녀의 MBTI는 ENFP! 엔프피의 묘미는 뭐다? 바로 무계획이다.


그렇지만 이왕 가는거, 꼭 가야하는 곳, 사야하는 것들이 있을까싶어 방콕에 여러번 다녀왔던 회사 동기언니에게 사내 메신저로 도움을 요청했다.


언니는 메신저로 얘기해서 될게 아니다 라는 말을 남기고 홀연히 사라졌다.

그렇게 나는 회사 업무 태풍의 눈 속에 갇혀 정신이 혼미해져가는데 갑자기 메신저가 ’띠링‘ 울리며 워드파일 하나가 전해져온다.


“내가 쓰다보니 길어졌는데 여행갈 때 참고해!”


업무 태풍의 눈 속에서 허우적대느라 워드파일을 열어서 대충보고 일단 프린트를 걸었다. 양면으로 프린트 6장.


제목은 “방콕 알아보기”

언니의 꿀팁은 1. 준비편, 2. 입국편, 3. 교통편, 4. 쇼핑편, 5. 마사지, 6. 먹거리, 7. 루트, 8. 출국편으로 8가지의 섹션으로 나눠져있었다.

팀장님 결재를 기다리는 결재문서처럼 방콕여행의 시작과 끝을 기승전결에 맞게 작성되어있었다. 하지만 내용은 딱딱한 결재문서가 아닌, 처음 해외여행을 가는, 혹은 비행기도 처음 타보는 설렘가득한 친동생에게 보내는 따뜻한 편지와도 같았다.

나에게 말하는 어투로 작성된 ‘방콕 알아보기’는 혼자 여행가기 전 몽글몽글해진 내 마음을 감동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나게했다.


회사 업무에, 육아에, 바쁘다고 내 주변에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 이 사람들이 나에게 주는 기쁨과 감동을 잊고 살았던 것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도 누군가의 말라버린 가슴에 가랑비 한 방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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