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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모르는 비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시간

by 돌핀댕댕


오늘도 그녀는 편도 1시간 20분 시속 100키로를 달리는 버스 안에서 버스기사 아저씨의 클락션 소리를 자장가로 삼고 칼치기 스킬을 엄마품의 잔잔한 흔들림으로 삼아 평온하게 잠을 자고있다.


이 시간은 아무도 모르는 그녀의 행복한 비밀시간.


“어떻게 분당에서 원주로 매일매일 출퇴근을 해?” “너 정말 대단하다! 너무 힘들겠다”

그녀를 보는 안쓰러운 시선들. 애쓰면서 다닌다고 생각하겠지.

하지만 원주 왕복 2시간 40분은 온전한 그녀의 꿈꾸는 시간, 그녀만의 비밀시간이다.


슈퍼싱글 침대에서 8살 아이를 재우며 무통주사를 맞을 때처럼 새우등을 하며 쪽잠을 자는 그녀에게 원주 출퇴근 시간은 샤넬백만큼 소중하단다.


집에서 가까운 회사로의 이직도 생각해봤지만, 그녀는 이 달콤한 통근버스에서의 비밀시간을 놓칠 수 없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되는 통근버스 안에서 그녀는 행복을 찾았다.


통근버스를 기다리는 중에 단풍놀이 버스를 기다리는 노부부의 대화를 들었다. “아유 이 사람들은 원주까지 출퇴근하느라 고생이겠어. 하루 몇 시간을 길바닥에 버리는데. 이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우리같이 걸어서 5분이면 회사가는 사람들이야.“


걸어서 5분이면 회사가는 아저씨의 우월감에 전혀 공감못하며 나를 꿀잠으로 데려갈 통근버스로 수많은 프로출퇴근러를 헤치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난 앞으로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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