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이토시마) 3.불과 흙, 그리고 소주잔

일본 후쿠오카 렌터카 여행

by 남해바다

호텔 조식은 늘 인간의 결심을 시험한다.

나는 소식을 외쳤고, 접시는 대식을 택했다.

야채를 많이 담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용서했다. 인간은 늘 자기 합리화에 능하다.


어제는 바다였고, 오늘은 도자기다.

출발 전 회사 동료들이 이마리 도자기 마을에 간다고 했을 때, 나는 남자들끼리 거길 왜 가느냐며 가볍게 비웃었다.


그리고 지금, 나는 아내를 위해 그곳으로 향하고 있다. 결국 사람은 비웃은 자리로 돌아온다.


역시 내비게이션은 ‘이마리 도자기 마을’을 모른다. 정확한 목적지 대신 근처를 찍고 출발한다. 목적은 늘 대략적이고, 도착은 대체로 우연이다.

자동차는 이상한 공간이다.

움직이는 동안 우리는 서로에게서 도망칠 수 없다. 이 작은 차 안에 세 사람이 붙어 앉아, 깜빡이 대신 와이퍼를 켜고, 좌회전하다 잠깐 역주행을 하며, 어색하게 친밀해진다.


속도를 최대한 올려도 시속 80km.

앞차도, 앞 앞차도, 1시간째 같은 자리에 있다. 한국 고속도로였다면 이미 휴게소에 도착했을 거리지만, 여기서는 모두가 느긋하다. 속도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마침내 도착한 도자기 마을.

산과 계곡이 포근하게 둘러싸고 있다.


처음엔 평온해 보였다.

그러다 역사를 알고 나니 그 풍경이 다르게 읽혔다. 이 지형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차단’이었고, 풍경은 위로가 아니라 빠져나가지 못하게 하는 "울타리"였다.

도공 이삼평.

그리고 조선에서 끌려온 수많은 도공들.

백자를 만들던 기술은 이곳에서 꽃피었고, 작은 지역 이름이던 이마리는 유럽으로 건너가 ‘이마리 패턴’이 되었다.

기술은 국경을 넘지만, 사람은 쉽게 돌아오지 못했다. 마을 입구에는 조선 도공의 무명 위패 800개를 쌓아 올린 피라미드가 있다.

이름 대신 숫자로 남은 800.

그릇에는 문양이 남았지만, 사람의 이름은 남지 않았다. 관광지의 안내판처럼 담담하지만, 그 앞에서는 괜히 말이 줄어든다. 아름다운 그릇의 시작이 이곳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마을은 참 일본 스럽다.

정갈하고, 조용하고, 단정하다. 조선의 혼이 깃들어 있다지만, 풍경은 완벽히 일본이다.

역사는 섞이고, 기억은 재배치된다.


가게 하나하나가 작업실이고, 가마다.

문을 열면 곧바로 흙과 불의 세계다.

아들이 감명 깊게 읽었던 책 "막손이 두부".

조선에서 끌려와 도공들의 식사를 담당했던 소년의 이야기가 눈앞에서 현실이 된다.

책 속의 배경이 갑자기 3D로 구현된 느낌이다.

한 가게에서 발이 멈췄다.

도자기들이 조용히 자신을 주장하고 있었다.

‘나를 사라’고 외치지 않지만, 묘하게 시선을 붙든다.


가격표를 보는 순간, 그 주장은 약간 위협적으로 바뀐다. 주춤하던 차에, 안내문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요청 시 작업실 공개.”


이 문장은 인간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우리는 요청했고, 비밀의 문이 열렸다.

물레 위에서 흙이 올라가고, 붓이 선을 긋고, 가마 속 불이 숨을 쉰다. 잔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두 달이 걸린다는 설명을 듣는 순간, 방금 전의 가격표가 갑자기 겸손해 보였다. 비싸다기보다는 오래 걸린 것이었다.


수제 도자기에는 필연적으로 시간이 녹아 있다.

시간은 언제나 가장 비싼 재료다.


결국 우리는 ‘구경값’이라며 도자기 열 개 넘게 샀다. 비싼 건 비쌌지만, 생각보다 선택지는 넓었다. 우리는 계산기를 두드리지만, 마지막 결제는 감정이 한다.


가게 한편에는 가차(동전 넣고 돌려서 뽑기)도 있었다. 진지한 역사와 장인의 혼 사이에서 뽑기라니.


두 번을 돌렸고, 저녁에 소주를 따르기 좋은 잔이 나왔다. 우리는 환호했다. 역사 앞에서 숙연해지다 가도, 결국 인간은 잔의 크기에 기뻐한다.

조선의 혼을 만나러 왔다가, 소주잔을 얻고 돌아가는 길. 차 안에서 우리는 조용히 웃었다.

기술은 강제로 옮겨졌지만, 그 기술이 만든 그릇은 누군가의 저녁을 따뜻하게 만든다.


우리는 그릇을 보러 왔다가, 시간을 배웠다.

그리고 오늘 밤, 그 잔에 술을 따르는 사람은

강제로 옮겨진 기술의 후손이 아니라

그 시간을 사 온 여행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