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6. 코타오가 준 선물

코타오를 떠나며

by 남해바다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마치 모든 것을 얻은 사람처럼.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되찾은' 것이다. 나는 지금, 나를 다시 만났다. “나는 나로 충분하다.”라는 단순하고도 단단한 문장이,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려 퍼진다.


어디에도 기대지 않고,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 존재감.


나라는 사람의 중심이 땅 위에 단단히 닿는 그 느낌이 너무 선명하다. 머릿속은 더없이 평온하고, 심장 박동은 조용하지만 묵직하게 이어진다. 파도처럼 리듬을 타고 흐르는 이 감각—"살아 있다"는 실감.


코타오에서 보낸 시간은 나를 새롭게 정돈해주었다. 멋진 풍경도, 따뜻한 사람도 좋았지만, 이곳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은 바로 ‘존재의 감각’이다. 복잡한 세계 속에서 희미해졌던 자아가, 바다와 햇살과 바람 사이에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바람이 슬며시 말을 건넨다.

“너는 어디에서 왔니?”


나는 대답하지 않고, 대신 웃어본다.

“느껴지는 너의 향기, 신선해.”


“아침에 면도했거든."

"오랜만에 질레트 쉐이빙폼으로 말이야. 시원하고 상쾌하더라고.”


"그거 나도 아는데 그것과는 향기가 달라. 너의 향기는 바다 냄새 같으면서도, 사람들의 텁텁함이 없어.


“그럴 거야. 세상의 잡냄새나는 생각들, 남의 기준, 타인의 기대, 미련, 걱정… 전부 이 바다에 던져버렸거든. 그리고 바다는 묵묵히 받아줬어.”

잠시 바람이 멈췄다. 그리고 다시 말한다.

“음… 나 너랑 친구 해도 되겠는걸? 나는 한동안 코타오에 머물 건데, 너는 어디로 가?”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한다.

“나는 코타오에 살아. 지금은 한국으로 여행을 떠나는 중이야.”


그렇다.

이제 나는 한국으로 ‘여행’을 떠난다.
떠날 때의 나는 피로했고, 멈춰 있었고, 나조차 나를 잃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다시 살아났고, 느끼고 있고, 존재하고 있다. 이제 한국은 나에게 일상으로의 복귀가 아니라, 새롭게 열리는 세계다. 내가 다시 발견한 ‘나’라는 렌즈로 보는 세상은 그 무엇보다 흥미롭고 놀라운 여행지가 될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설렘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우리가 느끼며 바라볼 하늘과 사람들.
힘겨운 날들도 있지만 새로운 꿈들을 향해…"

–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 노래가 끝나고, 나는 고요히 떠났다.

코타오에서,

나를 이끄는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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