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라는 삶은 틀 바깥에 있다.
그해 겨울, 몸도 마음도 추었다. 얼어붙은 거리 위를 걷는 내 몸도, 거세게 몰아치는 불안에 떨던 마음도 매서웠다. 사람들이 스치는 시선이 날카롭게 느껴져 숨쉬기조차 불편했다. 마치 투명한 유리벽에 갇힌 듯, 존재감에 대한 끝없는 의심이 나를 사로잡았다. 그때 내 삶은 누군가의 시나리오처럼 느껴졌다. 내가 선택한 적 없는 길 위에서, 누구의 기준으로 살고 있는 걸까.
그 시절, 내가 사랑했던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 1998)’를 다시 보게 됐다. 문득 생각했다. “내가 트루먼이라면, 진짜 세상으로 나갈 수 있었을까?”
트루먼 쇼 (The Truman Show) 1998yr
트루먼은 태어날 때부터 거대한 세트장 속에서 살아간다. 자신의 삶이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지도 모른 채, 그 안에서 울고 웃는다. 하지만 어느 날 그는 의문을 품는다.
“저 너머에 진짜 세상이 있지 않을까?”
그는 폭풍우 몰아치는 바다로 배를 몰고, 온갖 장치가 그를 막으려 하지만 결국 커다란 돔의 벽 앞에 도달한다. 그리고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In case I don't see ya, good morning, good afternoon, and good night.”
그 장면이 끝날 무렵, 나는 멍하니 화면을 바라봤다. ‘나가면 안 돼’라는 공포가 ‘나가야 돼’라는 열망으로 바뀌는 그 순간, 트루먼은 결국 문을 나선다. 누군가에게는 단지 영화였을 그 장면이, 내겐 인생의 질문 하나를 남겼다.
“남들이 바라는 삶을 살 것인가, 내가 바라는 삶을 살 것인가.”
그 질문은 내 안에서 조용히 잠복해 있었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나, 태국 꼬따오라는 섬에 발을 디딘 순간, 그 질문이 다시 깨어났다. 아무도 나를 모르는 이 낯선 곳, 누구의 시선도 간섭도 없이 나만의 리듬으로 살아갈 수 있는 이곳에서 나는 느꼈다.
‘지금 나는, 트루먼이 열었던 그 문 너머에 있다’는 것을.